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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았기에 더욱 특별한 전시 '어둠속의 대화'

사회적기업-소셜벤처/사회적기업 탐방

by 하얀잉크 2010. 9. 2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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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불쾌하기 짝이없는 소설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영화로도 제작이 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먼자들의 도시'가 그것입니다. 원인도 없이 눈이 멀어 간 인간군상들을 현미경 들여다 보듯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습니다.

불쾌하다 했지만 그럼에도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분량, 문장부호도 생략한채 빼곡히 가득메운 텍스트를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내가 사는 사회와 너무도 닮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작 VS 영화] 다시 본 '눈먼자들의 도시'

2년 전 그 기억을 끄집어낸 전시 '어둠속의 대화'를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의 통로, 어둠


어둠속의 대화는 전시된 그림이나 작품을 둘러보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시가 아닙니다. 철저하게 내가 경험하고 느껴보는 체험 전시입니다.

전시에 들어가기 앞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몸에 붙어있는 모든 장신구를 떼어내는 일입니다. 한시라도 손에 쥐고 있지않으면 불안한 핸드폰, 벗으면 사람식별도 구분이 안되는 안경,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린 돈이 든 지갑, 심지어 시계나 반지, 귀고리까지...

장신구를 두고 가는 것은 잃어버리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이지만 나에겐 마치 군 입대한 첫날 사회에서 가져 온 물건을 모두 집으로 보낼때와 같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기 전 치루는 의식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내 손엔 어둠을 앞두고 받은 지팡이 뿐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들고다니는 것과 똑같습니다. 내가 믿을 것은 나의 손이 느끼는 촉각과 들려오는 동료들의 목소리 뿐입니다.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렸군요.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어둠속에서 인도해주는 로드 마스터의 음성 그리고 손길...


 

 

시각장애인으로 살아보기

 

그렇게 나는 눈을 뜨는 것과 감는 것이 전혀 차이나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1시간반동안 시각장애인이 되어 살아갑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자연을 느껴보고... 배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고 카페에서 음료수를 먹습니다.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해왔던 그런 일들이지만 어둠속에서는 눈먼자들의 도시에 나온 이들이 그랬듯 허우적대기 일쑤입니다. 어둠속에서 불안한 나의 손은 수시로 앞과 옆을 살피고 내 발은 마치 70먹은 노인마냥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다시 찾은 빛의 세상

 

90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커튼 사이로 살며시 비추는 불빛을 더듬으며 다시 빛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갑작스런 빛의 노출을 염려해 아주 약한 조명을 비추는 장소에서 잠시 눈을 가다듬지만 그것만으로도 눈에 상당한 자극이 됩니다. 볼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해집니다.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내 삶에 대한 감사함"


 

이것이 내가 남긴 한 줄의 후기입니다.
다른 체험후기를 보니 공감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 체험 후기들...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다.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람들은 보고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다시 빛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색 사회적기업의 특별한 전시

 

제가 어둠속의 대화를 찾은 것은 사회적기업 탐방의 일환이었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를 상설전시하는 엔비전스가 바로 네이버의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물건만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


사실 어둠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은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전세계 150개 도시에서 전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시적인 전시였고 상설전시장이 있는 국가는 단 10개. 그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입니다.

엔비전스는 상설전시장을 통해 고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전시라는 문화체험을 통해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는 8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엔비전스(N-Visions)’라는 사명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서 새롭게 바꾼 것이라 합니다.

예술의 전당 등 일시적인 전시였던 국내 어둠속의 대화를 상설전시로 그리고 사회적기업으로 탄생시킨 송영희 대표를 만나 보았습니다.

 

 

 

송영희 대표와의 인터뷰

 

따뜻하게 반겨준 송대표는 놀랍게도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고3 올라가면서 눈이 안좋아서 안과에 갔는데 의사가 곧 실명할 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원인이 없습니다. 거의 병원만 다녔지만 결국 실명이 됐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곧 성인이 되어 대학을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한창의 나이에 실명이라니... 마치 사형선고와 같았으리라.

"장애진단을 받고 찾아간 시각장애단체에서 권해준 것이 안마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이것밖에 없다는 진심어린 충고였지만 전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송대표는 다른 일을 하기위해서 피아노 조율사 자격증도 따고 컴퓨터 속기사도 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반인의 곱절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어둠속의 대화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어둠속의 대화를 접하고 돈은 관계없으니 오전에 가이드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차차 하던 일을 정리하고 올인했습니다"

송대표는 어둠속의 대화가 체험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설전시장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 아래 네이버에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네이버가 이를 수락 100% 투자해 엔비전스가 탄생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대표님 감사합니다. 기념사진까지~ ^^

 

 

 

문화바우처 대상자 관람 지원

 

엔비전스는 착한기업으로서의 사명도 다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관람이 어려운 대상에게는 문화바우처 사업의 일환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8세 이상부터 가능하며 휠체어도 이용가능하다고 하네요.

예매하러 가기


 

* 문화바우처 사업이란?
문화바우처 사업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 예술활동에 제약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차상위자활, 차상위장애인, 차상위의료급여, 차상위한부모가족)에게 공연·전시·영화·도서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관람료 및 CD, 도서 등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문화바우처를 통해 많은 분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의 장을 경험하고 일상의 행복과 삶의 여유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어둠속의 대화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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