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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전시, 어둠속의 대화

사회적기업-소셜벤처/사회적기업 탐방

by 하얀잉크 2010. 10. 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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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 산 것도 아니면서 덜컥 내 생애 최고의 전시라고 제목에서 쓴 이유는 아마도 앞으로도 이보다 가슴을 울리는 전시는 없을거란 확신때문입니다.

두려움, 생경한 체험, 존재의 가치, 최고의 반전, 삶에 대한 감사...
사회적기업 청년블로거로 초청되어 보았던 아니 체험한 '어둠속의 대화'는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특별한 전시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전시를 체험하고 쓴 후기라 전시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만약 전시를 보지않으셨다면 혹은 미리 알기를 원치않으신다면 아래 링크된 글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공개적인 온라인을 통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전시의 비밀을 공개해 전시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전시로 보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것을 공개한다고 해서 전시의 알리는데 전혀 장애가 되지않는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전시를 본 뒤 주위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자 곧바로 전시를 보러 간 친구들을 전 알고있으니까요 ^^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의 통로, 어둠

어둠속의 대화는 전시된 그림이나 작품을 둘러보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시가 아닙니다. 철저하게 내가 경험하고 느껴보는
체험 전시입니다.

전시에 들어가기 앞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몸에 붙어있는 모든 장신구를 떼어내는 일입니다. 한시라도 손에 쥐고 있지않으면 불안한 핸드폰, 벗으면 사람식별도 구분이 안되는 안경,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린 돈이 든 지갑, 심지어 시계나 반지, 귀고리까지...

장신구를 두고 가는 것은 잃어버리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이지만 나에겐 마치 군대에서 사회에서 가져 온 물건을 모두 집으로 보낼때와 같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기 전 치루는 의식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내 손엔 어둠을 앞두고 받은 지팡이 뿐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들고다니는 것과 똑같습니다. 내가 믿을 것은 나의 손이 느끼는 촉각과 들려오는 동료들의 목소리 뿐입니다.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렸군요.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어둠속에서 인도해주는 로드 마스터의 음성 그리고 손길...


시각장애인으로 살아보기

그렇게 나는 눈을 뜨는 것과 감는 것이 전혀 차이나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1시간반동안 시각장애인이 되어 살아갑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자연을 느껴보고... 배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고 카페에서 음료수를 먹습니다.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해왔던 그런 일들이지만 어둠속에서는 허우적대기 일쑤입니다. 어둠속에서 불안한 나의 손은 수시로 앞과 옆을 살피고 내 발은 마치 70먹은 노인마냥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가 절실히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원작 VS 영화] 다시 본 '눈먼자들의 도시'


로드마스터와의 어둠속의 대화

마지막 어둠을 나오기 전 로드마스터와의 어둠속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어둠속이지만 분명 미인일거라 예상케 하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 목소리로 1시간 반 내내 어둠 속에서 우리 일행을 일일이 챙겨주고 안내해준 로드마스터가 본인이 시각장애인임을 알려줍니다. 놀라운 반전...  우리는 시각장애인의 도움을 받으며 어둠을 헤쳐나온 것입니다.

어둠속에서는 우리는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는 이미 다르다는 시선 하나로 동등한 대화가 어렵다는 로드마스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것이 나를 구해준(?) 로드마스터의 얼굴을 꼭 보고싶었지만 어둠속에서 헤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항상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과 말을 들으며 살아왔을 그들이 이 전시를 통해 자신감 넘치며 일하는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을 느낍니다.


다시 찾은 빛의 세상

커튼 사이로 살며시 비추는 불빛을 더듬으며 다시 빛의 세상으로 나옵니다. 갑작스런 빛의 노출을 염려해 아주 약한 조명을 비추는 장소에서 잠시 눈을 가다듬지만 그것만으로도 눈에 상당한 자극이 됩니다. 볼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해집니다.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내 삶에 대한 감사함"

이것이 내가 남긴 한 줄의 후기입니다.
다른 체험후기를 보니 공감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 체험 후기들...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다.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람들은 보고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다시 빛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송영희 대표와의 인터뷰

전시를 보고 NHN의 사회적기업 엔비전스의 송영희 대표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송대표 역시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사실 어둠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전세계 150개 도시에서 전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시적인 전시였고 상설전시장이 있는 국가는 단 10개. 그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입니다.

예술의 전당 등 일시적인 전시였던 국내 어둠속의 대화가 상설전시장을 갖추게 된 것은 송대표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네이버에 시각장애인을 로드마스터로 고용할 수 있는 형태의 사회적기업을 제안했고 네이버가 이를 수락 100% 투자한 사회적기업 엔비전스가 탄생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직접 인터뷰한 영상인데 볼륨이 작아 잘 들리지 않네요. ^^; 주요내용은 아래 추려봤습니다.

 

"고3 올라가면서 눈이 안좋아서 안과에 갔는데 의사가 곧 실명할 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원인이 없습니다. 사형선고와 같이 그렇게 실명이 됐습니다"

"거의 병원만 다니고 장애진단을 받고 찾아간 시각장애단체에서 권해준 것이 안마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이것밖에 없다는 진심어린 충고였지만 전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서 피아노조율사, 컴퓨터 속기사도 했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를 접하고 돈은 관계없으니 오전에 가이드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던 일을 정리하고 올인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고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어둠속의 대화를 통해 6천여명의 시각장애인 고용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공부하면서 참 많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들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고용이 아닌 장애인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사회에 나올 수 있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이런 좋은기업이 또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또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도 꼭 한번 체험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강추!~ 로드마스터는 김선민 씨가 정말 목소리 예뻐요... ^^


<청블과 함께해주신 대표님. 그리고 사무실 한켠에 있던 로드마스터들의 안내견>

어둠속의 대화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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