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원 서울역점, 맛집으로 추천하는 이유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사실 맛집 블로거가 아니다. 종종 마음에 드는 식당이나 카페에 대한 글을 쓰기는 하지만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쌓여가는 음식 사진에 비하면 사실 글로 옮겨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 쓰는 내용 역시 벌써 한 달이 지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굳이 기억을 더듬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때로는 기분 좋은 서비스가 맛보다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달전 티원 서울역점에서의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자칫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상황을 위기에 잘 대처한 한 사람의 서비스로 아주 좋은 레스토랑으로 기억되었으니 말이다.
토요일 저녁을 맞아 가족들과 모처럼 외식에 나섰다. 외식이야 빈번한 일이지만 그 날은 좀 특별했다. 전날이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야근으로 인해 함께 저녁을 못한 터라 특별한 외식을 하기로 한 것. 마침, 한화호텔&리조트 상품권이 있어 서울역의 티원을 찾았다.
깔끔하고 품격있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인 티원은 전국에 걸쳐 매장이 있지만 서울역점은 집에서도 가깝고 가본 적도 있어 나의 추천으로 발길하게 됐다. 도착하니 예약 손님이 많아 40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시간여유가 있던 지라 예약을 하고 인근의 롯데 아울렛에서 쇼핑을 했다. 쇼핑하다 아내 런닝화까지 쏘는 하루살이 내공을 선보였다. ^^;
쇼핑을 마치고 예정대로 40분 뒤에 돌아왔지만 우리 가족이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30분이 더 소요되었다. 스텝들도 손님이 빠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고 우리 앞에 대기했던 팀은 쇼핑도 안하고 장장 대기석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리다 결국 화를 내며 나가 버렸다. (만약 주말에 티원을 찾을 예정이라면 예약과 인내는 필수이다.)
하지만 상품권을 믿고 왔던 우리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인근의 식당가가 있긴 했지만 생경한 식당에 모험을 걸기 보다는 참고 견디는 쪽을 택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라고 했던가? 기다려줘서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매니저가 직접 나와 창가 테이블로 안내했다. 창가 정면으로 서울 스퀘어 LED 전광판이 한 눈에 들어왔고 옛 서울역의 정취도 보였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창밖으로 낭만적인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자리로 안내한 매니저가 메뉴판을 건네며 메뉴 하나는 서비스로 주겠다며 친절을 베풀었다. 역시 고급 레스토랑은 다르다고 감탄하며 일반 중화요리 전문점에서는 맛보기 힘든 요리들을 주문했다.
송이버섯의 그윽한 향과 국물이 시원했던 티원 송이 게살 짬뽕. 매운 국물이 아니어서 좋았다. 밥은 해물 무슨 특밥인지 잡탕밥이었는 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큼지막한 오징어와 밥을 먹을 수 있어 좋았던 메뉴다.
그리고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 탕수육과 짜장면.
탕수육은 우리가 좋아서 쇠고기 탕수육을 짜장면 매니아인 딸을 위해 삼선짜장면을~
종업원이 권한 하이네켄 보다는 티원에 더 어울리는 칭타오 한 병까지 곁들여 그렇게 즐거운 식사가 끝나나 생각했다. 특별히 제공해 준 딸기 샤베트까지 먹고 계산대로 향했다. 다음달 내 생일 파티도 티원에서 하자고 웃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서비스로 제공해 준 탕수육이 문제가 되었다. 10만원 상품권을 냈는데 탕수육을 서비스로 처리하다 보니 6만원이 넘지 않은 것이다. 상품권은 60% 이상 계산할 때만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서비스로 받았지만 기분만 받고 함께 계산할 용의가 있었다. 근데 계산을 도와주는 직원의 모난 태도가 속을 건드렸다. 만약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계산할 경우 거스름돈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원칙일 수는 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언성이 높아질 수 있는 찰나였다. 그동안 좋았던 기분이 싹 달아나려던 순간 어디선가 다시 매니저가 나타났다. 그리곤 상황을 간파하고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뛰어가더니 5만원짜리 상품권 두 장을 들고 와 원할하게 계산을 도와주었다. (참고로 티원 서울역점은 KTX 회원의 경우 10% 할인이 된다)
몸에 베어있는 친절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지닌 매니저로 인해 즐거운 식사는 물론 티원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아졌다. 일전에 충성고객과 진상고객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매니저의 행동으로 나는 충성고객이 되었다. ^^
음식도 사람이 만들지만 서비스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브랜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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