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카야 유미, 따뜻한 사케로 기분좋은 송년회
어느 덧 올해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이 되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지인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12월은 각종 송년회로 약속이 많아지는 달입니다. 저도 선약이 3개 정도 잡혔는데요. 늘 고민은 어디서 만날까? 이죠.
지난 주 늘 밥 한번 먹자고 인사만 하던 친구들과 해가 가기 전에 만나자고 해서 조촐하게 이자카야에서 만나 올해 첫 송년회를 했는데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인지 술도 달고 안주도 맛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술 보다는 술자리를 그리고 안주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케와 다양한 메뉴가 있는 이자카야가 좋더라구요.
지인의 추천으로 역삼동에 있는 유미라는 이자카야에서 만났습니다. 곧 역삼으로 사무실이 이전하다 보니 일이 역삼동에서 끝나 주위에 물어보니 유미가 메뉴도 맛 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추천하더라구요. 강남 파이낸스센터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자카야 유미의 외관 모습입니다. 한자로 궁(弓)이라고 써있어서 쉽게 못찾았는데 그 옆에 한글로 유미라고 써 있습니다. 왼쪽의 일본어가 유미인가 봅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규모가 작아보였는데 들어가 보니 실내에 방과 홀도 있고 제법 크더라구요. 확실히 월요일 저녁인데도 연말이라 그런 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안에는 좀 북적거리는 느낌이 있어 살짝 쌀쌀하긴 해도 편하게 밖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밖의 테이블이 더 큽니다.
밖이라 해도 천막시설이 있고 열풍기가 있어 그리 춥지는 않습니다. 봄이나 가을에는 오히려 밖의 자리가 더 인기 있을 것 같습니다. 밖으로 자리를 잡자 직원이 따라와서는 열풍기 온도를 더 높여주시네요.
담요 서비스까지. 하나 둘 친구들이 모였는데 몸살기가 있다는 녀석이 춥다고 불평해서 안으로 들어갈까 했는데 흡연이 불편해지니 그냥 앉겠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셨는 지 직원 분이 담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오~ 아직 음식 맛은 못보았지만 손님도 많은데 이렇게 챙겨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담요가 따뜻한 서비스만큼 따뜻합니다. ^^
먼저 준마이팩을 하나 시켰습니다.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준마이팩을 추천해 주더라구요. 사케 종류는 잘 모르지만 순미주(純米酒)라고 씌여있는 것을 보니 쌀로만 순수하게 만든 술인가 봅니다. 그것도 특별 순미주네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쌀의 도정률에 따라 사케가 달라지는데 70% 이하여야 준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데워달라고 하니 우측 검정병에 따라 데워다 줍니다. 데워진 사케를 서로 한 잔씩 정겹게 잔을 돌립니다.
"반갑다 친구야~" 한 명이 오지 못하는 바람에 세 명이서 오붓하게 송년회를 시작했습니다. 둘 다 본업은 있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입니다. 한 친구가 최근에 만든 단편의 인트로라며 영상을 보여 주고 이야기가 무르익습니다.
첫 번째 메뉴가 나왔습니다. 생선회 샐러드라는데 광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샐러드와 날치알을 회로 감싸 먹는 맛이 참 좋습니다. 이자카야다 보니 해산물 메뉴를 물어봤는데 추천해 주신 메뉴입니다. 정말 신선하네요.
생선회 샐러드와 함께 추천받은 해산물 메뉴입니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입니다. 사실 처음엔 멈칫 했습니다. 남들은 없어서 못먹는 굴인데 개인적으로 굴의 비린 맛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할아버지 댁이 굴 산지 통영인데 어릴 적 생굴 먹기 싫어서 도망다닌 기억이 많습니다. ^^
싱싱한 산지도 아니고 서울에서의 굴이라... 근데 친구들이 먹고는 다들 감탄하는 바람에 생굴이 아니니 먹어봤습니다. 소스를 어떻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고추의 살짝 매운 맛이 비린 맛을 잡아주고 정말 맛있었습니다. 바닥의 국물을 떠먹을 정도였어요.
이건 다들 저녁을 먹지 않아 식사 대용으로 시킨 돼지고기 숙주볶음입니다. 개인적으로 돼지고기와 숙주 모두 좋아해 제가 주문한 메뉴였는데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숙주의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고 살짝 단 맛이 도는 소스 맛도 좋았습니다. 저의 강력 추천 메뉴입니다.~
이것도 식사대용으로 시킨 메뉴인데 닭요리입니다. 메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닭강정처럼 매콤하면서 단 맛이 좋았습니다. 생양파를 함께 얹어 먹는 것도 괜찮고 뭐, 닭요리는 안주의 기본이죠. 이거 맛없는 집은 대부분 요리도 맛이 없어요. ㅋ
사실 제가 맛집 리뷰는 잘 안하는데 음식들이 워낙 맛있다 보니 맛 평가하고 사진 찍다가 원성 좀 들었습니다. ^^ 그래도 맛있는 집은 소개 좀 해야죠. 역삼으로 이사오면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이네요~
이야기가 길어지고 조금 춥다 싶어 주문한 어묵 나베. 다들 배부르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국물 요리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특히 이자카야의 나베는 꼭 먹어봐야죠. 유부 주머니 하나 사냥 성공. 다 끓여서 주시니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국물 맛도 좋고 큼직한 어묵도 맛있습니다.
사실 처음 주문할 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먹어보니 제 값은 하는 메뉴들 같습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아무튼 주문한 메뉴는 다 만족스러운 맛이었습니다. 사케도 식으면 다시 데워다 주고 서비스도 좋아요. 근데 사케는 정말 안취한다는~
함께한 지인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습니다~ 허물없이 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최고죠. 한 친구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추천받고도 망설였는데 다 맛있다고 하더군요. 서비스도 좋고 음식도 좋아 더욱 즐거웠던 송년회였습니다.
<지도에서 '유미'라고 검색하니 동일한 이름의 가게가 워낙 많네요. '역삼동 유미'라고 치니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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