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소셜한 이야기
책을 좋아한다면 지하철을 타라! 책읽는 지하철
내 가방에는 늘 책 한 권이 담겨져 있다. 분명 가방에 넣을 때는 출퇴근 시 짬짬히 읽어야지 생각한 것인데 막상 지하철에 올라타면 외면받기 일쑤다. 책 보다는 스마트폰이 내 손을 차지한 지 오래다. 전국민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증가하자 한때 지하철에 넘쳐나던 무료신문도 쓰나미처럼 휩쓸려 사라졌다.
그런데, 내가 올라 탄 지하철에 30여 명이 책을 펼치고 조용히 독서하고 있다면 어떨까? 귀를 틀어막고 듣던 음악도 친구와 나누던 수다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실제 이러한 변화를 모색한 캠페인이 있다. <책읽는 지하철>은 지하철이라는 한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음으로써 대중교통에서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공익그룹 보라의 대표적인 캠페인이다.
지난 1월 19일이 <책읽는 지하철>의 탑승 1주년 되는 날이었다. 1주년을 맞아 올해는 지하철 2호선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공익그룹 보라의 송화준 대표를 만났다.
“책읽는 지하철은 그야말로 책을 좋아해서 찾아오는 분들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캠페인인데 매달 100여명의 신청자가 있어 한 달에 한번 3칸의 지하철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송대표는 전쟁영화에 나올법한 ‘점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점령이란 무력이나 조직된 힘을 동원하여 차지한다는 의미인데 곱씹어 보면 <책읽는 지하철>은 조직은 됐지만 무력이 아닌 책으로 지하철을 점령한 셈이었다. 지하철 한 칸의 좌석수는 48석. 그 중 30여 명이 플래시몹을 하듯 책을 펼치고 읽고 있는 칸은 다른 칸에 비해 스마트폰 보다는 책을 읽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 책읽는 지하철 캠페인 모습. 사진출처. 책읽는 지하철 페이스북
“사람들이 우리를 의식하는 거죠. 근데 불편한 것이 아니라 긍정의 에너지에요. 책이 없는 사람도 무언가 꺼내 읽고 스마트폰을 집어넣거나 대화 소리를 줄이는 사람들을 보면 이 캠페인의 가능성을 느낍니다. 대부분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가족단위로 오거나 최근에는 중고등학교에서도 단체 문의가 오고 있어요”
서울시가 선정하는 ‘공유서울’에 선정되며 지난해 4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함께 지하철에 올라 책을 읽었다고 한다. 덕분에 홍보가 많이 되었지만 송대표는 처음 서울시장의 참여를 반대했다고 한다. 유명인사의 참여가 자칫 캠페인의 취지에 방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똑 같은 참여자의 입장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수락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송화준 대표는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를 비롯한 18명의 사회적기업가와의 인터뷰를 엮은 책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를 연초에 출판했고,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기업가 포럼도 오는 2월부터 다시 재개할 예정이다.
* 이 글은 매거진 드림빅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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