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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엄마와의 상봉

Life/일상다반사

by 하얀잉크 2009. 1. 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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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35분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 개표를 시작합니다"
낭낭한 여 승무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관통해 스피커를 뚫고 울리자 줄지어선 사람들이 차례차례 개표소를 들어선다.
"엄마" "엄마" 대열 속에서 하얗게 상기된 두 아이가 점차 가까워지는 개표소를 바라보며 연신 엄마를 외친다. 예니곱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와 두 살터울쯤 동생으로 보이는 볼이 통통하게 살이 찐 남자아이다.
개표소로 속속 들어서는 대열의 발거음에 뒤쳐짐없이 앞을 향해 걷고 있고 얼굴만이 보이지 않는 엄마가 모습이 나타나길 애타게 바라며 9시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누나 어떡해? 엄마 안오는데?" 다급해진 동생이 마치 누가보면 오줌보가 마려워 다급해진 아이마냥 울상의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누나를 재촉한다. 누나는 자신이 이 긴박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을 느끼듯 비장한 얼굴로 동생을 바라본다.
"너 누나 말 잘들어. 저기까지 가도 엄마가 안오면 누나가 먼저 들어갈테니까 너는 엄마를 끝까지 기다려야해. 알았지? 누나가 금방 찾아갈게" 동생 어깨에 두 손을 거둬 개표소 문을 가리키는 것이 마치 독립투사가 가족을 두고 떠나가듯 비장하다.
"누나, 싫어 가지마" 동생의 애절한 절규가 하늘에 닿았는지 엄마가 어느 새 달려와있다.
"얘들이 엄마도 안왔는데 어딜 들어가려 그래?"

"엄마, 왜 이제와?" 숨막혔던 긴장이 풀렸는지 아이들 두 눈에 눈물이 솟구친다.
"아직 10분이나 남았는데 나와 있으면 되지, 줄은 왜 따라가고 그래? 큰일날뻔 했잖아"
이산가족의 상봉을 보듯 두 아이는 엄마의 두 다리를 하나씩 부둥켜 안고 울음을 그칠지 모른다. 영문을 모르는 엄마의 상반된 표정이 어울려 그 광경이 우습다 못해 눈물겹게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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