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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아내는 강심장

Life/일상다반사

by 하얀잉크 2008. 12. 3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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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45분이 되기 무섭게 손바닥만한 종이조각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마치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아이마냥 기대를 잔뜩 안고 말이다. 오늘은 2008년 마지막 로또 복권 당첨일이다.

지난 24일 사내 과장님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봉투를 건넸다. 혹시 회사에서 보너스라도 나왔나 싶어 살펴보니 로또 복권이었다. 사실 난 로또를 사본 경험도 손에 꼽을만큼 복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복권은 적은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게다가 5천원으로 숫자 30개가 빼곡히 종이에 적힌 것을 보니 은근히 기대가 갔다.

드디어 발표.
3 10 11 22 36 39 그리고 보너스 번호 8
화면에서 숫자가 적힌 공이 한개 한개 나올때 마다 손에 땀을 쥐며 복권에 숫자를 체크해 나갔다. 하지만 당첨번호에 동그라미를 그리기를 다섯 번... 그리곤 끝이 났다. 6개 중에 5개가 아니라 30개 중에 5개이다.

하지만 허탈한 마음을 숨기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옆에 있던 아내에게 "나 5개 맞았어"하고 외쳤다.
"5개? 몇 개 맞아야 1등이지?"
"6개!"
"아, 아쉽네 하나만 더 맞았으면 좋았을걸"
"..."

아내는 놀라지도 정말 아쉬워 하지도 않는다. 5개 맞으면 2등이라 말해도 정말 로또를 몰라 그러는건지, 뻔한 나의 마음을 꽤뚫어 보는지 흔들림이 없다.
아내는 나보다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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