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공동 은메달 받아야 할까?
대한체육회(KOC)가 여자 펜싱 에페에서 멈춰버린 1초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신아람 선수에게 공동 은메달을 수여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위해 국제펜싱연맹(FIE)과 공동 명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한다는 계획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오심으로 인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신아람 선수의 아픔이 은메달로 치유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올림픽 메달은 색깔을 떠나 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따기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그것이 가져다 주는 포상금이나 연금과 같은 혜택때문이 아닙니다. 명예라는 위상때문입니다.
지금 신아람 선수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형식적인 위로나 보상이 아닙니다. 그녀가 경기장 피스트에 홀로남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지키려 했던 명예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오심을 그대로 눈감고 덮으려는 오만한 행위에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항의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KBS 중계에서 최승돈 아나운서는 이것은 한국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한 것이라 항변했습니다.
앞서 신아람 선수는 국제펜싱연맹이 제시한 특별상을 거부했습니다. 국제여론의 비난에 눈치를 본 국제펜싱연맹의 꼼수였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이었다면 국제펜싱연맹은 신아람 선수에게 정식으로 사과부터 했어야 합니다.
정신 못차리는 대한체육회, 그녀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갈필 못잡고 있는 대한체육회입니다.
신아람 선수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특별상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은 신아람 선수에게 동메달 결정전에 나가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잃어버린 1초로 인해 1시간 가까이 경기장에서 눈물을 쏟았던 신아람 선수에게 10분만에 동메달 결정전에 오르라는 것이 정상적인 것일까요?
신아람 선수는 경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박용성 회장은 경기에 나갈 것을 종용했습니다. 결국 선수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기장에 나섰지만 경기하는 동안 지친 몸으로 신아람 선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또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던 대한체육회가 더 이상 이 사안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과거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CAS 제소하는 것이 별다른 실익이 없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실익이 있든 없든 선수의 명예를 위해서 앞장 서 싸워줘야 하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역할 아닐까요?
제소는 해보지도 않고 물러서버리는 대한체육회 모습이 바로 우리나라 스포츠외교의 현주소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무엇을 믿고 뛰어야 하는 것일까요?
결국 대한체육회이 내놓은 복안이 공동 은메달 추진입니다. 신아람 선수가 특별상을 받기로 했다면 그걸로 끝이었겠지만 신아람 선수가 특별상을 거부하자 공동 은메달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신아람 선수의 의사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메달을 받고 안받고는 신아람 선수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공동 은메달 수여 여부가 성사될지도 미지수이지만 이것으로 신아람 선수가 지키려 했던 정의와 명예가 보상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이 사안을 아이의 눈물을 그치게 하기 위해 과자봉지를 들려주는 부모의 일쯤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신아람의 울분은 그녀 한 명을 넘어 5천만 국민의 울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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