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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탄생에 독설을 날리는 이유

Life/시사

by 하얀잉크 2012. 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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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전통의 제일은행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어제 뉴스를 통해 SC제일은행이 한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2005년 제일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그룹으로 인수된지 7년 만의 일이다.

이제 1929년 설립된 조선저축은행이 1958년 제일은행으로 바뀐이후 54년동안 이 땅에서 불려왔던 제일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제일은행를 오랫동안 거래해 온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왜 국민들에게 익숙한 이름을 버리고 기억하기도 쉽지않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란 이름을 가지고 왔을까?


리차드 힐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한국에서는 충분히 브랜드를 활용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국제적인 은행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스탠다드차타드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주객전도 된 처사가 불쾌한 이유

이거야 말로 주객이 전도됐다.
한국이 세계적인 교역 국가로써 글로벌 은행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해외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신용도 높은 스탠다드차타드로 은행명을 바꾸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처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주 고객은 누구인가?
해외 기업이나 국가일까? 아니다. 국내 기업과 고객들이다. 정작 은행을 찾는 주인은 등한 시 하면서 외국 고객만 생각하겠다는 꼴이다.

국내 고객들이 등을 돌려도 그럴 수 있을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 채 국내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 같아 기분이 불쾌하다.

SC제일은행으로 7년을 기다렸으니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오산이다. 아직 국내에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주로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은행 지점도 많지 않고 CD도 찾기 힘들어 불편을 겪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리차드 힐은 이제야 한국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기뻐했지만 우리는 외국기업으로 인해 제일은행을 빼앗겨 버렸다.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은 1913년 국내 은행 건물로서는 한국 최초의 철골, 철근 구조를 사용해 건축됐다.

외국기업, 한국시장 이해못하면 실패한다

지난 2006년 한국에서 월마트가 8년만에 철수했다. 곧이어 카르프도 철수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현재 업계 2위를 지키고 있다.

유통업계로 눈을 돌리긴 했지만 이 사례는 한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월마트는 부동의 세계 1위 유통업체이며 지난 2007년에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 기업인 카르프도 세계 2위의 유통업체로 명성이 높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글로벌 브랜드를 운운하는데 월마트나 카르프에 비할 바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리버풀의 메인스폰서 쯤으로 기억할 뿐이다. ^^

어쨌거나 세계적인 기업인 월마트나 카르프는 왜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한국시장을 포기했을까? 혹자는 한국주부들의 심리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홈플러스는 세계 유통업계 3위 영국의 테스코와 삼성이 합작해 탄생됐다. 하지만 이름에서도 테스코를 전혀 덧붙이지 않고 철저히 지역화 정책을 폈다. 때문에 홈플러스가 외국계 기업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평생교육스쿨이라는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오히려 홈플러스의 성공적인 마케팅은 모기업이 있는 영국에 홈플러스라는 상호로 역수출이 되기도 했다. 이제 홈플러스는 테스코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철수한 월마트도 영국이나 멕시코, 일본에서는 다른 이름을 쓰고 있다. 근데 왜 한국에는 월마트 그대로 들여왔을까? 그것도 IMF때...

기업의 상호는 기업의 얼굴

얼굴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듯 기업의 상호는 기업의 얼굴이다.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름을 바꾸면 모든 것을 바꾼 셈이다.

당시 국내 최고 금싸라기 땅인 명동 명당을 지키고 있던 상업은행이 지금의 우리은행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미 나도 헷갈려서 인터넷 검색을 해봐야 알 정도이다.

여담이지만 우리은행으로 상호가 바뀌었을 때 다시 전통이 깃 든 상업은행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한번 소비자에게 인지된 브랜드는 상호변경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은행도 KB국민은행으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국민은행으로 부르는 이가 많다.

그런 면에서 오랜역사와 함께 해 온 제일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못해 애석하다. 여전히 발음하기 힘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제일은행이 그동안 받아 온 사랑을 고스란히 이어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나 부터 거래은행을 바꿔야 할 지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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