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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8살 딸아이 말말말 때문에 부부싸움도 못해

Life/육아일기

by 하얀잉크 2012. 12.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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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안싸우면 안돼?"

 

지난 주말 아내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예전보다는 자주 싸우지 않지만 살다보면 종종 부딪히게 됩니다. 아내에게 물어보며 농담으로 던진 저의 한마디가 화근이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일을 비아냥 거리는 것으로 오해했고 농담 한마디에 발끈하는 아내를 저 역시 이해하지 못했죠.

 

아내는 화가 단단히 났는지 오후의 집안모임에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누나와 형의 생일파티가 있는 형제들간의 모임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8살 난 딸아이만 데리고 외출에 나섰습니다. 운전하며 가는데 딸아이가 나즈막히 말하더군요.

 

"아빠..... 안싸우면 안돼?"

 

큰소리가 오간 것을 아이가 들은 모양입니다. 몇 해전만 해도 엄마 아빠간에 큰소리만 나도 싸우지 말라며 저도 큰소리를 내던 아이였는데 이날따라 조심스레 물어보는 그 말이 괜시리 마음에 걸립니다. 성숙했다고 해야할까요? 학교에 입학해 이혼한 부모가 있는 친구를 알게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생이 감기에 걸려서 엄마가 못왔어요...."

 

약속장소인 누님 집에 도착했고 삼남매 가족이 모두 모였습니다.

덩그런히 아내의 빈자리가 보입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누나가 딸아이에게 물어봅니다.

 

"엄마랑 동생은 왜 안왔어?"

그러자,

 

"동생이 감기에 걸려서 엄마가 못왔어요...."

 

예상치 못한 아이의 질문에 당황한 것은 저입니다. "엄마랑 아빠랑 싸웠어요!" 또는 "엄마 화났어요" 정도의 대답을 예상했는데... 이렇게 성숙했던 것일까요? 동생은 감기걸리지 않았는데... 엄마와 아빠가 싸웠다는 사실을 걱정할까봐 친척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딸아이의 말에 제 마음이 그만 떨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동생이 와서 자리가 좁아서..."

 

화룡점정은 그 날 잠자리에서 있었습니다. 큰 아이와 아내가 한 이불을 덥고 저는 세 살난 딸아이와 이불을 덥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내 아직 엄마 품을 좋아하는 둘째가 찡얼대며 엄마 품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큰 아이가 제 옆으로 오더군요.

"잠버릇이 고약한 딸내미가 어쩐일이신가?" 하고 말하자,

 

"동생이 와서 자리가 좁아서.... 근데 아빠, 여긴 바닥이 좀 춥네"

자신이 자던 따듯한 자리를 버리고 아빠가 혼자 쓸쓸히 잘까봐 아빠 품으로 온 딸내미입니다.

 

 

 

 

아무래도 사랑스런 딸내미를 생각해서라도 아내에게 사과해야겠습니다.

딸아이가 더 걱정하기 전에요. 더 상처받기 전에... 그래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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