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 새학기, 딸아이 담임선생님이 보내온 편지 열어보니
삼겹살데이라고 SNS에는 삼겹살 사진들이 도배를 하던 어제, 회사에서의 야근 탓에 11시가 가까워서야 집에 귀가를 했습니다. 사실 어제는 작은 아이가 하늘반으로, 큰 아이는 3학년이 되는 첫 날이었습니다. 새학년 새학기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어떻게 하루를 보냈을까 궁금한데 회사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미안해 지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늦게 돌아온 아빠를 책망하지 않고 아이들은 조잘조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댑니다. 이미 자야할 시간이 넘었지만 얼마나 기다렸을까 싶어 하나하나 들어줍니다. 그때, 아내가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딸아이를 통해 손수 보내 왔다며 편지를 건네줍니다.
<평화로운 교실, 함께 만들어요>라는 제목의 학부모 편지입니다. 딱딱한 가정통신문인줄 알았는데 선생님의 온정이 깃든 인사말로 시작하는 정말 편지네요.
편지는 먼저 선생님 자신에 대한 소개로 시작합니다. 교직경력이 몇년 차며 출신 학교와 가족, 사는 동네, 고향, 나이 등 소소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를 드리지만 저는 혈연, 지연, 학연, 경제력에 연연하지 않고 실력과 품성으로 사람을 대하는 교사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의 소개가 순수한 소개일뿐 절대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을 기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편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담임을 하면서 지키겠다는 원칙이었습니다.
첫째, 학생을 존중하고 사랑하겠습니다. 보상을 걸고 아이들끼리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거나 시험을 보기 위한 학습은 지양합니다. 학생을 믿고 격려하여, 교사와 학생이 웃으며 손잡는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둘째, 마음이 따뜻한 교사가 되겠습니다. 이론과 지식이 아니라 사람공부, 마음공부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공동체를 바라봅니다. 검사와 체벌, 폭력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일년 내내 노력하겠습니다. 소외되는 아이들 없이 아껴주는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셋째, 학부모님과 만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사소한 생각이나 말에도 귀 기울여, 아이와 학부모와 교수 모두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하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앙금 쌓지 않고, 고미을 풀어가는 한 해 보내려 합니다. 3월 총회, 4.9월 상담주간, 12월 학급 학예회 외에도 얼굴 마주 봅시다.
마지막으로 저는 촌지나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하시겠지만, 혹 염려하는 분이 계실까 하여 당부합니다. 상담과 대화를 위해 찾아오실 때 커피나 빵 등도 가져오지 마세요. 학교 행사가 있을 때 단체간식이나 한 달에 한 번 있을 학급체험학습 때 담임 도시락 등도 거절합니다.
다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이 부분만큼은 온전히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위와 같이 옮겨 적어봅니다. 타이핑을 하면서 저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네요. 벌써 3학년이 된 딸아이이지만 지금까지 학교에서 시험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3학년부터 시험을 본다고 해서 걱정이 되긴 한데 보상을 건 과도한 경쟁의 학습은 지양하시겠다고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적극적으로 학부모와 만나겠다는 자세 그러면서도 절대 촌지나 선물은 받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사소한 커피나 빵, 단체간식은 물론 담임선생님 도시락이라 명확하게 표기하며 거절한다고 밝히셨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선생님을 뵈러 간다면 응당 부담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내 아이를 위한 자리임에도 소소한 것이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편지를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여담이지만 사실 저의 어릴 적 학창시절만 해도 촌지가 공공연하게 많았습니다. 서울로 전학 온 중학교 1학년때 덜컥 반장이 되었는데 소풍이나 운동회때마다 다른 반 반장 학부모로부터 1반 반장 학부모가 나서지 않는다고 핀잔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질려서 다시는 반장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물론 그 후 성적순이던 반장 후보에는 오르지도 못했지만요. ^^)
선생님의 편지는 편지와 함께 동봉된 학부모 설문지를 솔직히 써 달라는 당부로 끝을 맺습니다. 4장으로 이뤄진 설문지에는 내 자녀에 대한 교육관, 학습지도 수준, 일상생활 등을 묻는 문항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선생님께 내 아이의 대해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창구인 셈입니다.
이제 하루되었지만 딸아이 교육에 더욱 신경쓰지 못한 마음이 조금은 놓입니다. 이런 선생님 밑에서라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됩니다. 사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시에서 가장 작은 학교로 유명합니다. 어제 입학식에도 많은 취재진이 몰릴 만큼 작지만 특별한 학교입니다.
학교가 작다 보니 아이들이나 선생님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의 편지가 단순한 인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아이들을 이끌고 다양한 현장학습과 인성교육에 신경 쓰셨거든요. 감동스러웠던 편지를 읽으며 이런 선생님이 더욱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키자니아에 다녀온 딸아이, 꿈이 많아졌어요! 알찬봄방학 보내기 (3) | 2014.02.21 |
---|---|
여자의 변신은 정녕 무죄일까? 딸아이의 매니큐어 대소동 (4) | 2014.01.24 |
어린이날 더이상 두렵지 않은 이유_풍성했던 어린이날 추억 (3) | 2013.05.0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