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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자보가 비약? 조선일보야말로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Life/시사

by 하얀잉크 2013. 12. 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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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자보가 비약만 있고 팩트가 부실하다는 조선일보에게


오늘 두 가지 일로 눈물을 왈칵 쏟았다. 슬픈영화을 보면 나오는 최루성 눈물이 아니라 가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는 건 살과 눈물 뿐인 모양이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응답하라 1994>나 <꽃보다 누나>를 보고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있을텐데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불행이란 이름의 화마가 뒤덮은 부산 아파트 화재


하나는 전 국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 부산 아파트 화재 사건이다. 

흔적도 없이 재로 변한 집에서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구하려 노력했던 엄마의 흔적

야근을 나간 사이 집은 물론 아내와 세 아이 모두 재로 만든 화마 앞에 오열한 남편의 사연

불법주차 한 차들로 제 시간에 달려올 수 없었던 소방차의 이야기

불과 3m 앞의 벽을 부수면 옆집으로 피할 수 있는 베란다 비상구가 있었다는 사실


왜 어느 상황 하나 이들 가족을 지켜줄 수 없었는지 어찌 이리도 불행할 수 있는 지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 흔적도 없이 집이 타버린 탓에 유일하게 남은 지갑 속 아내와 아이들의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전 국민이 울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가슴을 후벼파다


또 한번 눈물을 자아냈던 일은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고려대에 붙었다는 대자보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그 한 마디가 얼마나 가슴을 후벼팠는 지 정신이 바짝 났다.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 뿐입니다.


대자보를 붙인 이는 고대 총학도 아니고 그저 한 명의 학생이었다. 경영학과 08학번 현우라고 밝힌 이는 자신들을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세대라 말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우리가 흔히 하는 안녕이라는 인사임에도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나는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군들 상식이 사라진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며 자신 있게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응답하라 1994에나 나올법한 일이 2013년 대학가 대자보에서 벌어지니 그야말로 가슴 한 켠이 뜨거워졌다.





비약만 있고 팩트가 부실하다 반박하는 조선일보


고려대 대자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이에 조선일보가 반박하고 나섰다. 비약만 있고 팩트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처음 기사를 접하고 든 감정은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웠다. 기가 차서 기사를 보니 기자 이름도 없다. 무엇이 두려워서 글쓴이 조차 꼭꼭 숨겨뒀을까? 기사를 보니 조선일보야 말로 팩트가 부실하다.


이른바 '고대 대자보'라 불리는 이 글에서 ‘경영 08 현우’라고 스스로를 밝힌 필자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4213명이 직위해제 됐다”고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조가 9일 파업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취소시키며 내건 요구조건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를 열지 말고, 임금을 8.1%(자연승급분 포함) 인상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해당 이사회가 ‘민영화 사전 단계’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못박으면서 파업자 전원을 직위해제했다. 민영화 반대는 구실일 뿐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판단이다.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



조선일보가 대자보 내용에 근거를 들어 반박한 것은 위의 전국철도노조 사례 뿐이다. 현우 학생은 대자보에서 철도노조 파업자 직위해제 외에도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밀양 송전탑 사태에 대해 거론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대자보 내용만 되풀이 했다. 팩트가 부실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4,213명을 직위해제 시킨 것도 민영화 반대는 구실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데 있다고 했다.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 판단이라 했다. 다른 속내가 있다고 하루 파업만에 4천 명이 넘는 근로자를 직위해제 시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인가?




조선일보는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고대 대자보를 접한 네티즌들은 “고대 대자보, 비약 투성이 글”, “고대 대자보, 선동만 있고 자세한 팩트는 없다” 등의 반응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정말 이것이 대부분 네티즌의 의견일까? 아니, 고려대 대자보에 붙었던 <안녕들 하십니까?>에 화답하는 형식의 대자보가 대학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것도 각 대학의 일부 총학생회에서 벌이는 계획된 일이라 폄하할텐가?




수 많은 학생들이 순수 개인으로 대자보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이름으로 페이지가 개설됐고 단 하루만에 무려 4만7천 명 이상이 팬이 되었다. 페이스북 마케팅을 해 본 이라면 그 수치가 얼마나 시간을 공들여 이룰 수 있는 것인지 알 것이다.


<< 재차 알려드립니다!! >>

현재 1분 당 거의 2~3개의 메시지가 저희에게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자보를 공유하기가 어려운 상태이고요. 무엇보다 목요일 10시간, 금요일 7시간 동안 목소리 높인 '안녕치 못한 친구들'이 체력적 한계와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일단 휴식에 든 터라, 즉각적으로 반영되거나 검토되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


실시간으로 대자보를 찍은 사진과 댓글들이 쏟아지니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 운영진은 즉각적으로 반영되거나 검토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거 학생운동의 상징물이었던 대자보가 촉매제가 되어 깨어있는 청년들에 박수는 쳐주지 못할 망정 흠집을 잡아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대자보를 보다 보니 고등학생이 올린 대자보도 눈에 들어왔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생 정현석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 단 여섯 글자의 질문을, 미욱한 후배가 감히 선배님들의 뒤를 이어 하려고 합니다. 전국의 고등학생 여러분들은 지금 안녕하십니까.


조선일보여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 고려대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와 김예슬 선언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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