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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위험한 색깔론

Life/시사

by 하얀잉크 2013. 9.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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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와 저자 집필진의 기막힌 기자회견

 

교학사 교과서 이념 편향 논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교학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출판을 포기하고 싶지만 저자들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이 발행권자가 아닌 저자에게 있어 현행법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비롯한 집필진은 이어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부의 수정보완 지시는 충분히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소소한 오탈자 정도의 오류를 잡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교학사가 발행을 철회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진단1. 교학사는 정말 책임이 없나?

 

"포기하고 싶어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출판을 포기하려 했지만 교과서는 저자가 갑이고 출판사가 을이라는 특수성에 저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발행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 교학사의 입장이다.

 

불매운동에 타격을 입든 저자들의 소송으로 타격을 입든 교학사로서는 진퇴양난의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저자들 뒤로 숨어 논란의 한국사 교과서를 출판한다면 교학사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어린시절 표준전과로 공부해 보지 않은 세대가 없을 만큼 교학사는 62년동안 한국 교육사의 맥과 함께 했다. 그것이 오늘날 경영난에 시달릴만큼 권력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라 해도 '우리는 편집만 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 준다.

 

저자들과 소송을 할 지언정 반세기를 넘어 온 교육출판사로서의 자존심은 버리지 않길 바란다. 현명하다면 뉴라이트 교과서로 낙인 찍혀 아이들 손으로부터 이별하지 않길 바란다.

 

 

 

 

진단2. 색안경을 낀 저자들의 역사의식

 

"교학사에서 포기한다면 출간이 어려워진다. 다른 출판사에서 내려고 해도 다들 부담을 느낄 거다"

 

출판 포기를 하려는 교학사를 막기 위해 이명희 교수를 비롯한 저자들이 한 말이다. 이들이 교학사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다. 그럼 다른 출판사들은 왜 내려고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민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릇된 역사 의식을 심으려는 교과서는 퇴출되어야 하고 불매운동을 벌이기 때문이다.

 

대표 저자인 이명희 교수는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며 김무성 의원이 주최한 역사교실에서 색깔론을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좌파라는 색깔을 가진 분들이 학계(60%) , 교육(70%), 언론(70%), 예술(80%), 출판(90%)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한국사회를 10년 내에는 장악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2012년 대선에서도 자신들이 실패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대단하다"고 밝힌다 있다. 이어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이를 자각해서 의식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어느 틈엔가 자신도 모르게 저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저자들 스스로 색안경을 쓰고 역사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

 

 

 

 

진단3. 교과서 논란은 좌파들의 관점일까?

 

먼저 아이들이 배워야 할 교과서에서마저 어른들의 형편없는 이데올로기 논쟁이 번진 것에 대해 유감이다. 이 교수 말대로 이번 논란은 좌파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선동한 것일까?

 

나 역시 전교조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논란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찾아보았다.

 


진단 3-1. 역사 교사, 97.2% 적절하지 않다

 

저자들이 지목한 전교조 교사들의 경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고등학교 역사교과로 적절한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9.5%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전교조 소속이 아닌 비조합원 역사 교사의 97.2%도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비조합원 역사 교사는 '검정취소 및 전면 수정해야 한다'에 질문에도 97.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역사 교사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을까?

 

을미사변을 다루면서 명성왕후를 시해한 범인의 회고록 등을 서술한 부분 부적절(비조합원 94.3%)

'안중근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고 한 줄만 서술한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 (비조합원 97.9%)

 

친일기업으로 알려진 경성방직과 화신백화점에 대해 '대규모 민족 자본이 투자된 경성 방직 주식회사나 화신 백화점… 우리 민족의 기호에 맞고 내구성이 강하며 값싼 제품을 생산하여 일본 기업과 능히 경쟁할 수 있었다'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 부적절(비조합원 92.3%)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의 증언과 달리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을 발표하고…일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당하였다'는 서술에 대해서도 부적절(비조합원 98.6%).

 

* 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9. 16 전국 중고 역사교사 770명 대상 설문조사

 

 

진단 3-2. 국민, 45% 역사 왜곡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좌편향된 역사 인시의 기존 교과서를 보완했다(19.6%)는 응답보다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45%)라는 응답이 높았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들도 35.4%에 이르렀다.

 

* 출처. 모노리서치 9. 12 전국 성인남녀 1,285명 대상 설문조사

 

 

 

 

내가 생각하는 역사는 (역사교과서 논란의 본질)

 

역사는 헤게모니를 쥔 자들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오늘날의 역사 교과서 논란은 지금 우리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자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친일파가 버젓이 독립투사로 변모하고 독재자가 항일운동의 선구자로 칭송되어서는 곤란하다.

 

 

계동에 위치한 인촌 김성수 고택

 

 

내가 살고 있는 북촌에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고택이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가 친일파인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인촌 선생이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고려대학교를 인수하며 민족의 교육과 언론에 힘썼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일제시대 말기 친일행각을 통해 자신이 쌓은 부와 명예를 보존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란, 친일행각으로 인해 그가 민족에 기여한 행적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되며 반대로 그 행적으로 인해 친일행각이 슬며시 지워져서도 안된다. 역사는 그저 사실만을 기록할 뿐이다. 평가의 몫은 따로있다.

 

이처럼 이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은 좌향이냐 우향이냐가 본질이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고 훼손하려 했기에 지탄을 받는 것이다. 어찌보면 아직 근대사를 정리하기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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