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석기 구속 수감 이후 종북 취급받는 진보정치의 과제

Life/시사

by 하얀잉크 2013. 9. 6. 18:44

본문

진보, 제자리 찾기 시급하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사태는 국정원을 코너에 몰며 함께 촛불을 들었던 진보 진영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는 외면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세를 몰아 김재연 의원과 김미희 의원을 타겟으로 삼으며 통합진보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도 온전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들린다. 총체적인 진보 진영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석기 의원 구속 영장과 함께 최근 주요 언론에서는 ''진보의 상실'. '발목 잡힌 진보정치', '진보 세대교체' 등을 앞세운 기사들이 보도되며 진보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사실 국정원 개혁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던 시점에서 이러한 논의는 상당히 불쾌하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자정 능력을 미뤄온 탓에 진보가 종북으로 오해받는 사태로 번졌다.

국정원 규탄도 중요하지만 진보의 제자리 찾기가 시급하다.

 

 

 


진보 바로보기 "진보는 통합진보당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에 보면 진보를 종북세력을 규정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치적 의도의 댓글 알바일 수도 있지만 이석기를 비롯한 통합진보당을 진보로 보는 시각은 곤란하다. 과연, 진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80년대 대학가 운동권을 주도했던 전대협이나 한총련은 크게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계열로 나뉘었다. 그 중에서 북한의 주체사상파, 즉 주사파가 대거 포진되어 항상 종북주의 논란을 일으켜 온 계파가  NL이었다. [NL 위키백과]

 

 

 

 

구속 수감된 이석기를 비롯해 이정희, 김재연 등 통합진보당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한국사회를 미국 제국주의 식민지로 바라보기 때문에 반미투쟁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며 주류를 이루는 주사파의 경우 주체사상을 신봉하며 친북활동을 해왔다. 통합진보당이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거나 "여기 동지들이 영리만 따지지 말고 즉각 전투태세로 돌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건데 동지들은 준비가 잘 됐습니까"라고 외친 이석기 의원이 이들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PD계열은 마르크스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NL과 대립해왔다. [PD 위키백과]

노동자 운동을 근간으로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이 PD계열이었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NL계열도 대거 민노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으로 손을 잡았다가 과격한 NL에 질려 분당한 심상정의 정의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낡아빠진 80년대 이념을 21세기에서 굳이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누리당 김문수 지사는 굳이 말하면 NL 출신이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 전향한 정치인도 많고 해묵은 이념논쟁을 하는 이들도 없다. NL이 틀렸다면 PD는 맞는걸까? 이념에 얽힌 정치논쟁은 그야말로 무모한 소모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근간이 오늘날 진보정치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참고서가 되기 때문이다.

왜, 이정희가 이석기와 선을 긋지 못하고 같이 뭇매를 맞는지, 왜, 통합민주당은 분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민주당 대다수가 체포결의안에 동의했는지 말이다.

 

결국 이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불편한 동거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진보 자체가 종북으로 몰리는 우스운 꼴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분명한 선긋기에 나선 것도 더이상 연대가 자신들에게 득이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에 돈키호테는 필요치 않다

 

사실 이석기와 RO집단이 내론공모 혐의가 있었는지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공개된 녹취록에 담긴 언어들은 진지하고 살벌했지만 풍차로 돌진한 돈키호테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 도둑놈들아"를 연신 외치며 조작이라고 저항하던 이석기는 내 눈에 돈키호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촛불이다. 민주당은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마무리 한 뒤 국정원 개혁 노력을 한층 더 치열하게 추진하겠다며 국정원 개혁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지만 그 보다 시급한 것이 자체 점검이 아닐까?

 

찬바람에 꺼질 위기에 처한 촛불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굳건한 심지의 촛불을 만들기 위해서 과감하게 환부를 잘라내고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한다. 더이상 종북주의자들로 인해 진보가 발목잡혀서는 안된다. 오늘 다시 촛불이 오르길 기대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