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도 거의 끝나가고 있건만 무더위는 여전히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주르륵 땀이 릴레이 경주를 하고 불쾌지수는 올라만 가죠. 무더위와 바쁜 업무로 인해 아직까지 휴가를 떠나지 못한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1년에 한 번인 여름휴가 반납하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 한번 시원히 담궈보지 못한 직장인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굳이 휴가계를 제출하지 않고도 주말에 잠깐 시간내어 가족과 애인과 갈 수 있는 곳인데요. 늦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힐링까지 되는 이 곳. 바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연이 살아있는 백사실계곡입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KBS '1박2일']
종로라면 국내 1호 백화점이 세워졌던 지역으로 지금까지도 쇼핑을 비롯해 약국, 귀금속, 영화관, 서점이 밀집한 다운타운의 중심이죠. 이런 곳에 계곡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인데요. 백사실계곡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이 서식하는 청정생태계곡입니다.
20여년 이상 서울에 살아온 저도 금시초문이라 의심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고 백사실계곡으로 향했는데요. 제가 선택한 길은 세검정에서 현통사를 통해 진입하는 산책로였습니다. 세검정에서 홍제천을 따라 올라가면 슈퍼가 보이고 그 옆으로 불암(佛岩)이라 새겨진 커다란 부처바위가 세워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것을 마을 주민들이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라 하는데 이곳이 바로 백사실계곡의 입구입니다.
부처바위에서 골목길을 들어가다보면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하는데요. 정식 주차장은 없지만 서너대의 차량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부암동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백사실계곡. 시간이 멈춘 듯 시골스러운 동네가 바로 부암동이라고 하지만 이런 곳에 숨겨진 계곡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의심은 커져갑니다. 계곡이 어디 있다는 것인지, 길을 잘못든 건 아닌지. 허나 오르면서 내려다 보이는 부암동의 경관은 또 다른 묘미입니다.
10분쯤 오르면 갑자기 확 트인 시야 속에서 현통사라는 조그만 절 옆으로 흐르는 계곡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절로 감탄사가 터지는 순간입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계곡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표지판을 보니 본 계곡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입니다.
백사실계곡은 피서지로 유명한 계곡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산책 나온 인근의 마을 분들이 얼마 전 장마철에는 물이 불어 계곡이 볼만 했다고 하는데 평소에는 흐르는 물의 양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발 담그고 더위를 식히거나 아이들이 물장구 치고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덕분에 볼썽사나운 호객행위도 없고 호젓하게 쉬어 갈 수 있어 좋습니다.
자연휴양림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백사실계곡은 울창한 숲으로 쌓여 있습니다. 계곡에만 들어서도 휴양림이 뜨거운 햇빛을 차단해주고 습도를 조절해주니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백사실계곡에는 느티나무와 산벚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폭넓은 나무종이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백사실계곡은 자연이 깨끗하게 보존되다보니 생태계가 살아있는 청정지역입니다.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을 비롯해 가재, 맹꽁이, 다슬기 등이 서식하며 서울시 보호종인 오색딱따구리도 이 곳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 어떻게 이런 청정지역이 있는지 신기하고 또 신기할 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청와대 뒷길로 산책 나왔다가 백사실계곡을 보고 탄성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하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찾는다면 생태체험 교육장으로도 손색없는 훌륭한 공간입니다. 아무래도 백사실계곡의 자연이 보존되어 온 것은 청와대가 인근에 있다 보니 오랫동안 군사보호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된 덕분입니다.
하지만 백사실계곡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계곡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보전을 위해 지정된 생태경관보전지역인 만큼 우리들이 지켜야 할 수칙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번씩 들리는 손님이지만 생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니까요. 특히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실수하는 경우인데 자연을 위해 조금 양보하도록 해요.
백사실계곡의 중심부에는 백석동천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백석동천은 오성과 한음으로 잘알려진 조선시대 이항복의 별채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는 연못과 육각정의 초석, 그리고 사랑채의 돌계단과 초석이 잘 남아져 보존되어 있습니다. 본래 백사실계곡도 오성 이항복 호인 백사(白沙)에서 유래 되어 전해진다고 합니다.
종로구청은 오는 12월까지 연못과 정자를 고증에 거쳐 복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자칫 생태경관보전지역인 백사실계곡의 생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어 논쟁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또한 오늘날의 백사실계곡이기도 하죠.
서울 도심에 위치한 비밀의 백사실계곡 어떠셨나요?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계곡은 아니지만 우리가 관심가지고 보존해야 할 계곡임은 틀림없죠?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산책을 나오거나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등산을 해도 좋고 연인과 함께 부암동으로 내려와 멋스런 카페를 들러봐도 좋은 특별한 데이트코스이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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