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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에서 큰소리 친 황당한 사연

Life/일상다반사

by 하얀잉크 2010. 8. 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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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고추달고 태어난 멀쩡한 사내입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여자화장실에 당당히 들어가서 오히려 큰소리를 칠 수 있었을까요?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해지네요. ^^

별헤는 밤 in Seoul에서 즐긴 공개방송 콘서트

며칠 전 포스팅했듯이 가족들과 여의도 한강공원에 가서 서울하늘의 별도 관측하고 가수들 공연도 보고 왔습니다. 한참 여행스케치가 노래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합니다. "엄마 쉬 마려~" 하지만 만삭의 아내는 아빠랑 다녀오라며 아이의 손을 맡겼고 그렇게 아이와 함께 화장실을 찾아 나섰습니다.


500미터 정도 가니 아담하고 예쁜 간이화장실이 나왔습니다. 이미 한동에는 여성들의 줄이 밖에까지 나와있더군요. 항상 여자화장실은 붐비네요.
"저기봐, 언니들 줄 선거 보이지? 저기서 줄 설래, 아빠따라 남자화장실 갈래?"
아이가 조금 컸다고 남자화장실을 잘 가려하지 않거든요. 갈등하던 아이는 참기어려운지 이내 아빠따라 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남자화장실을 들어가니 사람이 한 명도 없더군요. 급하다는 아이의 재촉에 좌변기가 있는 한 칸의 문을 열어 재끼는데.... "어머!!!!"
안에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앉아계시는 겁니다. 서로 놀란 탓에 아주머니는 황급히 스커트를 추스리며 읊조리십니다. "아니.... 여기가 남자화장실인가?..... 에구 몰러...."

여자화장실에 사람이 많아 남자화장실까지 오셨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참 한국아주머니들 대단들 하십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벌어진 참사(?)라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그 짧은 순간에도 들더군요.
"네 남자화장실입니다. 공중도덕은 지키셔야죠..."
얌전했지만 격이 있는 굵은 목소리에 창피하셨던지 아주머니는 쏜살같이 화장실을 빠져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용무를 도와주고 나올때였습니다. 으례 남자화장실에 가면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더군요.

네, 남자소변기 말씀입니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마...
아직 화장실에는 아이와 저 뿐이었습니다. 황급히 화장실을 나와 입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뜨아, 반쯤 열린 문 앞에 프린팅된 것은 치마를 둘렀더라구요. 뜨아 제가 들어간 곳이 여자화장실이었던 것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살펴보니 이렇습니다.


화장실 두 동이 있는데 왼쪽 화장실에 여성들이 줄 선 것을 보고 저는 의심없이 오른쪽 화장실이 남자화장실이구나 직감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화장실은 한 동에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함께 있는 구조입니다.

저 말고도 사람들이 헷갈려 하더라구요.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었다면 당연히 안내 표시를 해두어야 하는데 출입문에만 표시해놨고 그 문은 항상 열려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이 지면을 빌어 화장실에서 맞딱들였던 아주머니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 저도 많이 놀랐지만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일은 잘 마무리하고 나가신건지 걱정이 됩니다.

서울시에서도 여의도 한강공원 많은 예산들여 조성하셨는데 세심한 곳에도 신경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같은 소시민들이 실수하지 않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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