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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일군 사회적기업 마을, 성미산마을

사회적기업-소셜벤처/사회적기업 탐방

by 하얀잉크 2010. 6. 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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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회적기업 스쿨 2주차 교육은 성미산마을극장의 유창복 대표가 협동과 소통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공동체 성미산마을의 사례를 중심으로 마을기업의 운영원리에 대 강의해주셨습니다.

비록 아파트 촌은 아니지만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 서울에서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이날의 강의를 박성훈 선임연구원께서 자세히 써주신 것이 있어 아래에 옮겨봅니다. 세상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 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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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마을에서 배우는 마을기업의 운영 원리

 
<SK 세상 사회적기업 스쿨이 제시하는 사회적 기업 화두, ‘지역공동체의 마을기업 만들기’>


사회적기업의 생산 및 운영, 마케팅, 자금관리 등에 대해 사회적기업가들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일반 강의와 함께 SK 세상 사회적기업 스쿨이 제시하는 두 가지 화두가 있다.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지만 최근 그 다양한 사례와 함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공동체 기반 사회적기업 만들기와 사회적기업을 통한 제3세계 문제 해결이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지역공동체 기반 사회적기업(일명 마을기업)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세상 스쿨 2주차에는 성미산 마을극장 유창복 대표를 모셨다.


<애들과 노인이 없으면 축제가 아니다>

 


유창복 대표는 편안한 말투, 구수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웃음이 마르지 않는 강의를 해주었다. 강의에 앞서 유대표는 2008년 성미산 마을축제 영상을 보여주었다. 성미산 정상에서의 당산굿, 200인분 비빔밥, 골목 축제, 마을영화제, 주민노래자랑, 연극공연 등 다채롭고 재미있는 행사 속에서도 무엇인가 ‘어설픔’이 느껴졌는데, 이 모든 행사를 평범한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준비하고 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심지어 드럼 배운지 두 달 된 드러머, 엄마 따라 배운 아이들의 살사춤 공연 등 어설프지만 진정 마을사람들의, 마을사람들에 의한, 마을사람들을 위한 축제였다.

축제에 대한 유대표의 명언은 ‘애들과 노인이 없으면 축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절대 흥행에 실패하지 않는 마을축제 3종 세트가 등장한다. 바로 뻥튀기 아저씨, 우산 고치는 아저씨, 그리고 칼 가는 아저씨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애들부터 노인들까지 하나로 뭉치는 축제가 가능했다.

그렇다면 지자체 주도 축제의 홍수 속에서 아마도 가장 참여적이고 재미있는 축제를 만들어내는 성미산 마을은 어떤 곳인가?


<성미산 마을의 시작은 부모들끼리의 싸움이었다>


성미산 마을의 기원을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이는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오히려 그 시작은 94년 30대 초중반 맞벌이 부부들이 시작한 공동육아라고 한다. 상가에 유치원을 차려 놓고 자식들을 가둬 키우는 것이 불만이었던 부모들은 동네에서 스스로 아이들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싸움이었다. 심지어 식단에 계란을 넣을 것인지 말것인지를 놓고 5박 6일을 토론했다고 한다. 유대표는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끝장 토론’의 원조라고 한다.

계란을 식단에 넣는 문제를 놓고서도 일주일을 싸우는데 교육과정에 대한 토론은 어떠했겠는가? 하지만 부모들은 이 과정에서 대화하는 법과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계란 논쟁도 야마기식 유정란을 찾아내면서 아토피 걱정 없는 계란을 식단에 추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매일 밤 토론하며 밤 세워 술을 마시다 보니 서로 터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 생겨난 성미산 개발 문제는 부모들의 뭉침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성미산에 배수지를 짓겠다는 서울시의 결정으로부터 성미산을 지켜내면서 ‘성미산 지킴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사이에 각종 마을기업들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수천 명이 방문하는 모범 공동체 마을이 되었다.
 


<마을기업의 운영 원리는 협동과 소통이다>


유창복 대표가 이야기하는 마을기업의 운영 원리는 협동과 소통이다. 비싼 소비재, 혹은 믿을 수 없는 교육 등 시장에서의 좌절을 해결하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할 수는 없고 함께 하는 협동이 필요하다. 문제는 함께 한다는 것이 무척 힘이 드는데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에 필요한 것이 소통이다. 성미산 마을은 공동 육아, 성미산 지키기, 마을 기업을 통해 협동의 유전자를 만들었고, 이 협동을 위해 세 가지의 소통을 만들었다.

바로 세대간의 소통, 지역간의 소통, 공공 의제에 대한 소통이었다. 이를 통해 2001년의 생협, 2002년의 반찬가게, 2003년의 차병원과 같이 마을의 빅뱅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소통은 마을 사람들이 끝날 것 같지 않던 토론에서 해결점을 찾는 방법이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회의를 빨리 끝내는 법은 ‘밥 먹기 전에 배고플 때 회의하기’라고 하지만, 성미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회의가 빨리 끝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듣지만 말고 상대방의 맥락과 감정을 함께 읽을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성미산에서는 자식들을 키우려고 엄마들이 모여서 오히려 엄마들이 더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공동 육아 실무자가 된 다음부터 ‘내 새끼’에서 ‘우리 새끼’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용’이 아니라 ‘관계’가 중요하다>


유창복 대표는 마을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기업이 봉착하는 두 가지 문제 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수익성의 문제이다. 수익성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잊어버린다. 따라서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고용이다. 이 점에 대해 유대표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지원제도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사회적기업 육성 제도가 고용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유대표는 어린이집에서 역사이야기를 해주는 할아버지를 예로 들면서 노동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고용을 ‘관계’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임노동적인 고용은 누가 왜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임노동자에게 있어서는 노동시장에서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가 중요하며,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고용은 곧 수익과 같은 개념이 되어 버린다.
마을 만들기를 통해 농촌사회의 구조를 회복하려 했다면 그 본질을 고용이라는 개념으로 흐려서는 안 된다. 결국 마을기업의 본질은 고용창출이 아니라 관계 회복에 있다.


<스스로 즐거우면 향기가 난다>


강의가 끝난 뒤 수강생들의 질문으로 ‘마을이 위기에 처한 순간 어떻게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있

었다. 이 질문에 대해 유창복 대표는 어떠한 일이든 상관 없이 구성원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성미산 마을의 시발점이었던 육아문제도 그랬고, 성미산 지키기 운동도 그랬다.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에 구성원들간의 가장 ‘hot’한 만남이 가능했고 또한 지속성도 있었다.

‘2010년 지금 마을 만들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성미산과 비교되는 시간적 격차(gap)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유창복 대표의 답은 같았다. 유대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얼마 전 마을에 찾아 온 한 청년의 이야기를 했다. 마을 사람들과 춤을 추고 싶다며 같이 춤을 출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마을을 찾아 온 한 청년에게 유대표는 마을 생협 앞에서 사흘만 혼자 춤을 춰보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 청년은 그러지 못하고 전단지만 돌리다가 성미산 마을 사람들의 참여가 없다며 섭섭한 심정만 내보이며 돌아갔다고 한다. 가장 빠르게 사람을 모집하는 방법은 내가 먼저 하는 것이다. 좋은 것은 내가 먼저 하면 되고 이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 스스로 즐거우면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유대표는 마을의 생리란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고운 눈길로 봐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을의 정치 원리는 ‘위임’이 아니라 ‘자임’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대표는 마을 운영의 정치 원리를 이야기했다. 하나의 운동이 생겨나고 이 운동이 정기회의나 담당자가 생겨나는 등 정형화 되었을 때 담당자는 마치 자신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착시 현상에 빠지게 된다. 이 때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의 상승은 어렵게 된다. 이를 이겨내는 방법 역시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담당자가 되는 것이다. 돌아가면서 담당자가 될 경우 마을의 구성원들은 담당자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면서 뽑고 나아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위임은 그렇지 못하다.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을 뽑는 대의제, 즉 위임은 오히려 구성원들의 참여와 창의성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 오히려 유능하지 않은 기획자가 필요하다. 유능한 기획자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능하지 않은 기획자는, 나아가 ‘자임’된 기획자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창의성을 발현시킬 수 있다. 그래서 마을의 정치 원리는 ‘위임’이 아니라 ‘자임’이다.


<조별 과제 소개 시간과 조장 선출 시간도 가져>
 
유창복 대표의 강의가 끝난 뒤 엔씨스콤 박성훈 선임연구원의 조별 과제 소개가 있었다. 수강생들은 조별과제로 관심 분야에 있는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혹은 지원기관을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현장 방문에서 배운 점들을 반영하여 조별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된다.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는 반드시 SK 세상 컨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조원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스터디 결과도 상관 없고, 사회적기업 육성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좋다. 박성훈 연구원은 수강생들에게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적인 내용과 방법의 발표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조별 과제 소개가 있은 뒤 수강생들은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조별 모임을 하며 조장과 총무를 선정하였다.


글: 엔씨스콤 박성훈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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