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를 보내며 끄적인 메모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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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는 길에 달력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월호 1주기가 이렇게 소리없이 찾아왔구나. 오늘도 외근과 회의에 바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여느 날과 다르지 않는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사실이 두렵다. 정작 무서운 것은 1년동안 개인적으로 행동에 실천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1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
세월호 1주기 새벽 페이스북 담벼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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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하늘은 울 준비가 끝났다.
- 세월호 1주기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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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별이 된 아이들이 이 날을 기억하고 땅으로 내려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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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진행하고 있는 다이어트가 사실은 다이어트를 가장한 단식이었다면 믿겠니?
곡기를 끊었던 희생자가족처럼 원칙적인 단식은 할 수 없었지만 일주일간 닭가슴살만 먹고 보름은 두부만 먹었다. 허기지면 먹어야지 준비해두었던 간식들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세월호의 참사를 생각하며 참았다. 5kg이 빠졌다. 하지만 1주기를 맞으며 다이어트로 전락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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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았다. 1년만이다.
하지만 그곳엔 세월호 희생자가족들이 없었다. 보이콧을 한 것이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대통령이었지만 가족들의 요구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인증샷만 필요한 대통령은 만날 이유가 없었다. 금새 또 남미로 떠난다지 않은가.
주인없는 방에서 발표한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문은 그래서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뿐 희생자가족들의 시행령 폐지 요구에 대한 내용은 없고 요구하지도 않은 보상금을 '제때' 지급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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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날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을까? 작가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는데 마음만 있었다면 아픔을 기억하고 나눌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내 자신이 야속하다.
퇴근 후 광화문이 코 앞인데 아내가 강의가 있는 날이라 아이들을 두고 갈 수 없어 가지 못했다. 가지 못했던 광화문은 경찰 병력으로 행진하는 시민들을 막고 최루액을 발사했다. 아들 혹은 딸의 기일에 부모들은 그렇지 않아도 눈물이 마르지 않은데 캡사이신까지 맞아야 했다.
이게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오호 통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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