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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나

Life/시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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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를 자발적으로 그만둔 김예슬 씨 인터
뷰가 경향신문에 실렸다. 한달 전 일면 '김예슬 선언'으로 주목받았던 그가 어떤 사람일 지 궁금하던 차에 사진까지 담긴 인터뷰가 반갑다. 그런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는 순간 김예슬 씨가 거부하고 싶다던 우리 사회의 추악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못생겨서 그만뒀다?

인터뷰에 달린 댓글 중 가장 어이없는 Worst 댓글은 그녀의 얼굴에 대한 공격이다. "고려대 경영 졸업해도 저 얼굴로는 취업이 어려우니 자퇴한 거다", "얼굴은 어쩔거냐?" 등등 비방성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속에 나온 김예슬 씨의 얼굴을 한 사람, 용기 있는 결단을 한 인간의 얼굴로 보지 못하고 여자의 얼굴로 보는 사회의 시선이 폭력처럼 느껴진다. 여자는 무엇보다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성차별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가슴 아픈 대한민국 현실이다.



세상을 모르는 객기다?

많은 댓글들은 "더 살아보면 후회할 거다", "명문대라는 호강에 겨워서 그렇다" 등등 김예슬 씨의 선택을 현실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아직 젊은 20대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다니던 김예슬 씨가 자신이 가진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나온 것은 한때의 객기일까? 세상 모르는 나약한 자기 부정에 불과할까? 그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많은 고민과 생각 속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우울한 대학의 모습

1990년대 초반까지 대학은 취업을 위한 관문이 아니었다. 대학생이라면 마땅히 철학과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자신의 삶의 좌표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김예슬 씨가 말하는 대학다운 모습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던 듯 하다. 거의 모든 대학의 학과마다 학회가 있어서 1학년 때는 기본적으로 교양이 될 수 있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있었다. 명문대는 아니었지만 국문학과에 입학했던 나 또한 처음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어떻게 쓰면 잘 쓰는가를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쓸 것인지를 고민해라"는 말이었다.

1990년대 후반 IMF 이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생이 받는 취업에 대한 부담 또한 가중되었다. 대학생은 '88만원' 세대가  되었고 2000년대 대학은 자본 앞에 재편되고 있다. 무한 경쟁에 쫓기며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을 기다리는 것은 대학의 낭만이 아니라 좁은 취업의 문이다. 오늘의 대학생은 엄청난 등록금을 내고도 학점 경쟁에 시달리고 취업을 위한 스펙을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는 사회

물론 자퇴 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한 개인의 자퇴와 선언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그러나 김예슬 씨의 용기에 일단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앞으로 그녀를 기다릴 많은 선택과 유혹, 힘겨운 여정을 위해서라도 큰 박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용기있는 개인의 결단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주는 성숙함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김예슬 씨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걱정스럽다. 그러나 그녀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설령 소문처럼 그녀가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일이 있더라도 물살을 거스르며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했던 그녀의 선택과 용기 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더 많은 20대들이 "나 살아있다"고 기침이라도 해주기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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