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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여우누이뎐, 엄마도 저렇게 할 수 있어?

문화 리뷰/TV 연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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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구미호:여우누이뎐'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드디어'라는 수식어는 이 드라마에 대한 저의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끔찍한 모성애와 가족이기주의 때문에 몇 번씩 진저리를 냈었기에 드라마가 끝난 것이 기쁠 따름입니다. 

"엄마는 그렇게 못한단다"
"엄마도 저 안방마님처럼 할거야?" 드라마를 보던 1학년 우리 딸이 저에게 묻습니다. "뭘 하는데?", "내가 아프면 다른 아이 간을 가져올 수 있냐고?" 1학년 아이는 어쩌다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안방마님인 양씨 부인(김정난 분)은 자신의 딸 초옥을 살리기 위해 구미호인 구산댁(한은정 분)의 딸 연이의 간을 먹입니다. 초옥의 아버지인 윤두수(장현성 분)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아내의 압박에 연이를 죽이고 간을 부인에게 가져다 줍니다. 연이를 잃은 구미호 구산댁의 복수가 이어집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처럼 엄마가 모든 걸 초월해서 자기를 사랑하는 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아니, 엄마는 저렇게 못해." 그랬더니 아이는 저를 흘겨 보면서 울려고 합니다. "자기 아이 살리겠다고 다른 아이를 죽이고 간을 꺼내는 건 범죄이고 잘못된 거야." 그렇게 설명해주어도 아이는 영 엄마가 마음에 안드는 눈치입니다.

2010년 한국 부모의 자화상
드라마의 내용이 진저리쳐지는 것은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모성애가 현실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어머니들의 아이에 대한 과도한 모성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일이죠.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아이와 일체가 되어 아이의 인생에 모든 것을 거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아이의 키, 몸무게, 건강, 교우관계, 언어능력, 학습능력 등 모든 것이 부모의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며 부모의 책임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해서라도 아이의 키를 관리하고 운동으로 비만을 관리합니다. 적당한 교우관계를 위해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생일파티를 열어줍니다. 영어능력을 위해 어학연수는 필수, 대학진학을 위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아이의 일정을 관리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부모들의 삶입니다. 아이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기의 삶은 없어지고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합니다. 때로는 현행법을 어겨 위장전입을 하기도 하고 불법과외교습을 받기도 합니다. 내 아이의 출세, 내 아이의 성공을 위해 현행법은 물론 다른 가족의 안녕을 해치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윤두수의 가정은 자신과 다른 존재이기에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주의, 자기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죽이는 가족이기주의, 뒤틀린 부성애와 모성애를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아이를 잃은 구미호는 모습은 구미호지만 평범하게 보입니다. 마지막 회에서 천우가 한 말처럼 괴수는 바로 윤두수와 양씨 부인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에 윤두수와 같은 가정이 많은 것은 아닌지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입니다.
아이를 셋이나 둔 간 큰 엄마인 저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드라마입니다. 나는 나의 인생이 있고 아이는 아이의 인생이 있습니다. 내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아이도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아이를 나에게서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는 것, 그 아이의 인생을 아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힘든 것이 부모의 인생이죠.
내 아이의 생명과 건강, 성공이 중요한 것만큼 다른 아이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가정의 희노애락에 공감해줄 수 있는 대한민국 부모의 모습, 평범하지만 꼭 그런 부모들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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