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화살표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실 이 글을 통해 밝히게 될 줄은 몰랐지만 개인적으로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주위의 몇몇 지인들은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밝히게 됩니다. 병명은 ‘심각한 길치’입니다. 몇 번을 반복해야 길을 익히게 되고 초행길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혹자는 길치는 병이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확신하는 이유는 유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길을 쉽게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폰 길찾기 서비스는 신의 선물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서 소개할 주인공은 저와 같은 길치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 화살표 하나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열혈청년 이민호 군입니다. 초행길의 버스 정류장에 가면 꼭 확인하게 되는 버스노선도. 낯선 지역에서도 다음 정류장을 빨간색 화살표가 표시해 주어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빨간 화살표가 없다면? 다시 예전처럼 오랫동안 기다린 버스를 탈 때쯤 건너서 타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친절한 빨간 화살표에 이민호 군의 손길이 닿아있습니다. 그저 내가 불편해서 자전거를 타며 시작한 일, 벌써 1,300여 개 버스정류장에 빨간 화살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처음 10개 정류장 돌았을 때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는 민호 군. 하지만 이대로 끝내면 지금까지 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오기가 발동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해주길 바라고만 있으니 이뤄지지 않더라구요”
올해로 스물 넷, 사실 그는 누구보다 초조하고 바쁜 취업준비생입니다. 친구들이 자격증 시험과 영어공부로 바쁠 때 민호 군은 사비를 털어 자전거를 탔습니다. 생활민원 바로콜센터에 민원을 요청했지만 한 노선이 바뀌는데 28일이나 걸리는 느린 행정처리가 그를 직접 나서게 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자신의 행동으로 천 만 서울시민이 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요.
처음에는 그를 아르바이트생쯤으로 바라보던 시민들도 개인적으로 직접 하고 있다는 말에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제 그를 알아보기도 하고 귤이나 음료를 건네는 시민들도 생겨났습니다. 민호 군의 활동상이 인터넷과 언론에 알려지면서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28일이나 걸리던 행정처리가 일주일로 줄어들었고 서울시 조례가 개정되고 신설되었습니다. 그를 돕겠다는 대학생들이 생겨났고 한 방송매체에서는 리틀빅 히어로로 지정, 후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봉사활동과 대외활동에 목맬 때 그는 서울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수도권의 정류장까지 화살표로 정복하는게 목표라는 민호 군. 그의 자전거가 오늘도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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