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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리아, 21년 전 뭉클했던 감동을 끄집어낸 즐거운 시간여행

문화 리뷰/공연 전시 영화

by 하얀잉크 2012. 5. 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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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그날의 감동을 기억한다. 당시 초등학생 시절이었지만 어린아이의 눈에도 그것은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분단된 남과 북이 녹색 테이블 앞에서 얼싸안고 아리랑을 부르던 그 때 그 시절...

 

영화 코리아는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이뤄 만리장성을 넘어 우승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합니다. 오늘 개봉했는데 저는 운좋게 지난 주 프레스블로그를 통해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함께 나눈 민족애, 하지만 지나친 각색으로 날려버린 아쉬웠던 감동. 오늘은 영화 코리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1991년 사상 최초의 남북단일팀 역사의 순간

 

 

영화는 남북단일팀 중에서도 중국을 꺽고 우승했던 여자대표팀의 감동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원이 당시 22살의 현정화를 연기했고 배두나가 23살의 이분희로 분했습니다.

 

영화밖으로 나와 잠시 이야기 하자면 당시 현정화는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였습니다. 이미 88올림픽에서 19세의 어린나이로 복식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당찬 선수였죠. 이에 반해 북한의 이분희 역시 뒤지지 않는 실력의 선수였습니다. 1989년과 1990년에 걸쳐 세계랭킹 3위에 올랐던 북한의 에이스였죠.

 

하지만 당시 탁구계는 남과 북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었으니 만리장성 중국입니다. 무려 단체전 8연패를 독식한데 이어 한국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온 중국은 9연패 담금질에 한창이었습니다. 이 때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스포츠로 넘고자 남북단일팀이 극적으로 구성되었고 현정화와 이분희가 복식에서 한 조를 이뤘습니다.

 

 

사실 영화는 스토리만으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뛰어넘을 만큼 뜨거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영화 우생순, 국가대표 등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갈등을 만들고 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한 지나친 각색은 오히려 감동을 감소시키고 맙니다.

 

당시의 스토리를 충실히 재구성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줄텐데 꼭 영화적인 각색이 불가피했나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북한 당국의 조치로 남한 선수들만 경기에 나가고 비를 맞으며 현정화가 함께 나가자고 소리치는 억지스러운 설정은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한 영화 코리아

 

 

그럼에도 코리아는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하기 때문입니다. 주연배우이자 흥행배우 하지원과 배두나는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충실히 해보입니다.

 

매 영화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 하지원은 이번 영화에서 현정화를 완벽 빙의하기 위해 특유의 화이팅 소리는 물론 탁구연습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전혀 탁구를 쳐보지 않은 하지원이 제법 탁구선수의 모습을 갖춘 것은 그 연습의 댓가였습니다.

 

 

이분희의 완벽 카리스마를 재현한 배두나의 연기 변신

 

 

하지원이 영화 해운대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배우라면 배두나도 영화 괴물로 천만관객 배우입니다.

그럼에도 배두나의 존재감은 하지원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사실 독특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연기파 배우라고 말하기에는 2% 부족한 배우가 배두나입니다.

 

하지만 종전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배두나의 연기변신은 영화의 또다른 재미입니다.

많은 말을 하지않고도 어눌하면서도 묵직한 그녀만의 북한 사투리는 내공이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분출합니다. 하지원이 더 킹에서도 만회할 수 없는 인상적인 북한사람 연기입니다.

 

 

이 배우를 주목하라, 유순복 役 한예리

 

 

사실 북한 연기는 배두나도 따라갈 수 없는 지존이 있습니다. 바로 유순복 선수로 분한 배우 한예리입니다. 독립영화에서 주목받아 장편영화는 처음이라는 한예리는 첫 국제대회에 출전해 본인과 같이 긴장했던 선수 유순복 선수를 연기했습니다.

 

완벽한 북한사투리는 물론 표정과 외모까지 완벽한 연기로 데뷔무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 맨 왼쪽이 실제 유순복 선수 모습이다.

 

사실 1991년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북한의 유순복 선수는 우승의 주역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현정화와 이분희가 복식에서 중국을 꺾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지만 실제로는 유순복 선수가 마지막 단식에서 붙은 가오리 선수를 꺾으며 우승을 안겼습니다.

 

뿐만아니라 첫 경기 단식에서도 세계랭킹 1위 덩야핑을 꺾어 기선을 제압한 것도 유순복 선수였습니다. 영화에서는 현정화와 이분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각색되었지만 첫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니 정말 담력이 대단한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로맨스 감초 연기를 선보인 이종석과 최윤영

 

남한의 최연정 선수와 북한의 최경섭 선수를 각각 연기한 최윤영과 이종석은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시크릿 가든에서 많은 대사 없이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느끼게 했던 이종석은 북한선수로 분해 연기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최윤영은 배우 김성은과 닮아 누굴까 했는데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빵왕 김탁구에 나왔던 부잣집 딸, 전인화의 딸이었습니다.

 

이들이 보여 준 로맨스는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였습니다. 최윤영이 연기한 최연정은 가상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숨은 공로자 탁구 여왕 현정화

 

 

배우들 못지 않게 영화의 숨은 공로자가 있으니 바로 탁구여왕 현정화입니다. 요즘은 국민여동생으로 피겨여왕 김연아를 꼽지만 당시 국민여동생은 현정화였습니다.

 

그녀는 탁구발전을 위해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물신양면 도왔다고 합니다. 영화 뒷이야기로 또 한번 감동을 받는 이유입니다.

 

 

21년전 영광의 주인공으로 잊지못할 순간을 재현한 영화를 시사회에서 본 뒤 펑펑 울었다는 현정화는 그 누구보다 느낌이 남다를 것입니다. 실제 B형 간염에 걸린 이분희를 병원에 데려갔던 일, 이분희와 헤어질 때 자신의 이름을 새긴 반지를 주었던 일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코리아 (2012)

8.6
감독
문현성
출연
하지원, 배두나, 한예리, 최윤영, 박철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2-05-03
글쓴이 평점  

영화가 재미있는지 흥행에 성공할지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이제 개봉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많음에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응원하는 이유는 잊혀졌던 21년전 감동의 기억을 들춰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작노트

 

영화 <코리아>는1991년 41회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되었던 남북 단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KAL기 폭파사건 이후 급격히 경색된 남북 간의 분위기를 와해하고 화해를 시도하고자 열린 1990년 남북 고위급 회담. 우선적으로 체육 교류를 통해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고자 했던 남한과 북한은 당시 한창 붐이 일었던 탁구와 축구의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에 사상 최초로 남북 탁구 단일팀이 결성되었다. 마침내 하나의 팀 ‘코리아’로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남북한 탁구 대표팀. 매번 세계 최강 중국의 높은 벽에 막혀 아쉬운 패배에 그쳤기에 그 어느 때보다 금메달이 간절했던 그들에게, 남과 북은 모두 하나가 되어 뜨거운 응원을 보냈으며 이는 전세계를 깊은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영화 <코리아>는 통해 서로 다른 이념을 떠나, 남과 북이 하나되던 뜨거운 기적의 순간이 펼쳐졌던 1991년의 그날, 그 곳의 뜨거운 감동을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재현해 낸다. 남북한의 극적인 최종 협상 타결로 분단 이후 최초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 ‘코리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우승을 겨루는 적이자 라이벌로 마주서야 했던 남한과 북한의 탁구선수들이 처음으로 한 팀이 되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성취는 고스란히 영화 <코리아>를 통해 또 다른 감동으로 펼쳐진다. 1991년 탁구로 남북이 하나되던 그 순간, 하지만 우승과 함께 찾아온 기약 없는 작별 이후 21년간 단 한번도 함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던 ‘코리아’의 선수들. 가장 극적이며 감동적인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그 날의 결승전이 있기까지 46일간 함께 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진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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