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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한숨이 늘어가는 밤나무골 시장의 어제와 오늘

여행스토리/재래시장 탐방

by 하얀잉크 2012. 4. 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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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골 시장, 최적의 입지 But 현실은

시장이 들어서는데 중요한 입지조건은 유동인구가 많거나 주변 주거인구가 많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앞서 탐방했던 수유시장은 인근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었고 청량리시장과 서울 약령시장은 주거지역은 아니지만 애써 시장을 찾아오는 유동인구가 충분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탐방하게 된 밤나무골 시장은 이들 시장과 비교하기에는 규모면에서 너무 초라합니다. 점포의 숫자도 적고 그만큼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돌아보는 내내 맘이 불편했던 것은 활기찬 재래시장의 모습보다는 상인들의 어두운 표정이었습니다.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이겠죠? 시장이 땅굴형으로 들어서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시장을 돌아보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밤나무골 시장의 어제와 오늘입니다.


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대형마트


밤나무골 시장의 건너편에는 거대단지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시장으로서는 충분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여기서 장을 안보죠~"
아파트가 들어서며 가게를 이전하셨다는 시장 옆 양화점 할머니. 장사가 더 잘될 것 같아 가게를 이전까지 하셨는데 잘되기는 커녕 장사가 안돼 힘들다고 하십니다. 하긴 요즘 보기 드문 양화점입니다.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대형마트도 함께 들어섰습니다.
밤나무골 시장 인근에는 20미터 앞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아파트 상가 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에게는 더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또한 차를 타고 나가면 10분 내 좌측에는 홈플러스가 우측에는 이마트가 있습니다. 이마트가 있는 미아삼거리에 나가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까지 있으니 아파트 주민들이 밤나무골 시장을 찾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장에서 무슨사진을 찍어요?"
찬거리를 사러 온 행색이 아닌 낯선 청년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신기하신지 잡곡을 파시는 할머니가 말을 걸어오십니다.

"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밤나무골 시장 소개해드리려고 사진 찍고 있습니다. 할머니 요즘 장사 잘 되세요?"
하지만 이내 돌아온 것은 할머니의 깊은 한숨...
"그래도 달동네 있을때는 밤나무골 시장이 잘 됐었지"


달동네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밤나무골 시장의 어제

할머니가 들려주신 것은 활기찼던 밤나무골 시장의 어제였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자리에 월곡동 달동네가 있던 시절, 불과 7-8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월곡동 달동네 시절에는 시장은 작아도 늘 찾아오는 손님들로 시장이 북적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월곡동에 뉴타운 바람이 불면서 2003년부터 달동네 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두산 위브와 래미안 아파트가 그 자리에 들어섰지만 달동네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이었던 월곡동을 등지고 떠나야 했습니다. 재개발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나 기쁜 소식입니다.

재개발로 달동네 주민들이 떠나자 밤나무골 시장은 그동안 시장의 고객이었던 단골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생활수준이 다른 아파트 주민들은 시장을 외면했습니다.


왜, 상인들의 표정이 어두운지, 왜 땅굴형 재래시장이 유독 눈에 띄이는지 모든 의문이 풀어졌습니다.
아마 달동네가 아직 자리해 있었다면 이 땅굴형 재래시장이 잘 어울렸겠죠?

세월이 가며 길 건너 달동네가 화려한 아파트 단지로 변하며 밤나무골 시장은 새로운 오늘은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월곡동에 달동네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근에 살면서도 처음 알게된 사실이네요.



다음 리뷰에서는 밤나무골 시장의 박노원 상인회장님을 전격 인터뷰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관련 글- [전통시장 탐방] 난생 처음보는 땅굴형 재래시장, 밤나무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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