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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수다, 독배를 마신 꼴찌 김건모의 재도전

문화 리뷰/TV 연예

by 하얀잉크 2011. 3.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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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수다, 고품격음악방송에서 3주만에 추락

<나는가수다>때문에 일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2회까지 본방사수를 못했는데 다시보기를 통해 명품가수들의 무대에는 본방사수가 매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첫 탈락자가 발표되는 방송을 보기 위해 본방을 시청했는데 결과가 너무 어이없네요.


이날 7명의 가수들은 옛노래를 자기색깔에 맞춰 편곡해 정말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누구하나 흠잡을데 없는 명품무대였습니다. 앞서 제가 포스팅을 통해 진정한 고품격음악방송의 출현이라고 말한 그대로였습니다.

특히, YB밴드의 윤도현은 이선희 원곡의 '나항상 그대를'을 록으로 편곡해 강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1위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23%라는 압도적 득표는 그가 말해 온 록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값진 성과였습니다. 

문제는 탈락하게 되는 7위 발표의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백지영을 지목했습니다. 나훈아의 무시로를 그야말로 그녀의 색깔에 맞게 애절하게 불렀지만 현장에서 보기에는 가장 평범한 무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위는 김범수를 예상했었습니다. 민혜경의 '그대이름은 장미'는 편곡도 좋았지만 김범수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국민가수 김건모의 탈락


하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 김건모였습니다. 김건모의 이름이 발표되는 순간 후배가수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평소 쾌활한 김건모 역시 쉽게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김영희 PD는 마지막 퍼포먼스(실제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가 문제였다고 지적했고 김건모도 하지말았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급기야 이소라는 눈물을 보이며 촬영거부하고 무대를 떠났고, 백지영, 박정현도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녹화도중 패닉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MC의 임무를 저버리고 무대를 떠나버린 이소라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방송도 아니고 그만큼 선배가수에 대한 애정이 깊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독배를 마신 김건모의 재도전

보다 못한 김제동이 제작진에 제안합니다. 퍼포먼스 때문에 감점을 받았으니 다시 한번 재도전의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이에 동료가수는 물론 매니저로 활약하는 개그맨들도 찬성을 했고 제작진도 긴급회의 끝에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제발, 김건모가 배려는 감사하지만 평가단의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떠나겠다고 쿨하게 말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건모는 독배를 마셨고 데뷔 20년차에 오점을 남겼습니다. 물론 이를 두고 김건모 개인만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제작진에 있겠죠.

500명 평가단은 방청객인가?

<나는가수다>의 방송취지가 물론 서벌이벌에 초점 맞춰져있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데뷔 20년을 기념한 김건모의 탈락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무대를 떠나야 하고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는 동료가수도 제작진도 줄 수 없습니다. 그 결과는 500명의 평가단이 내린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과 가수들이 말한 꼴찌의 원인, 즉 립스틱 퍼포먼스도 추측에 불과합니다. 정말 평가단이 그것으로 인해 감점을 주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외상황이라고 치부한 것은 김건모를 살리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네티즌이 <나는 선배다>라고 말했듯 선배가수에 대한 예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 예우는 김건모에게 더욱 큰 재앙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가령, 다음 경연에서 또 꼴지를 한다면 말이죠. 사실 립스틱 퍼포먼스가 없었던 중간점검에서도 가수들은 김건모를 꼴찌로 지목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결과에 분노한 시청자들이 평가단이 되어 그를 다시 낙마시킬지도 모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미디

500명의 투표만으로 순위를 매기겠다는 것이 방침이라면 출연 가수들은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합니다. 한순간 코미디가 되어버린 결과에 보는 이들은 허무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제작진은 공정성을 기하기위해 앞으로 다른 가수들도 탈락하면 재도전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다음 경연에서 박정현이 탈락해도 재도전 할 수 있고 김범수가 탈락해도 재도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언제 누가 탈락할지 알 수 없고 새로운 가수의 등장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음 출연 가수가 토이 객원가수였던 김연우로 알려져 있는데 벌써 우스개 소리로 김연우가 대기실에서 노환으로 생을 마감할 거란 말까지 나옵니다. 이런 방송 시스템이라면 가수 섭외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나는 가수다>는 스스로 룰을 깨버리고 즉흥적으로 공정성을 부여했지만 그것이 앞으로 더욱 큰 암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1박2일>의 쇠퇴 이후 모처럼 일요일을 설레게 했던 <나는 가수다>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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