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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 생각의 힘

문화 리뷰/공연 전시 영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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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니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영화 ‘인셉션’을 봤냐고 물어봅니다. 상상력이 재미있다며 몇 사람이나 추천을 하니 더욱 기대가 되더군요. 결국 휴가 다녀온 뒤 쌓여있는 일을 뒤로 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영화 ‘인셉션’을 봤습니다.

추천한 사람들의 말처럼 ‘꿈에 침입해서 생각을 추출하거나 심는다’는 창의적인 생각에 꿈의 무한한 상상력, 꿈 속의 꿈이라는 복층 구조까지 더해져서 장면마다 감탄을 하게 만들더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보편적인 영화라고 했답니다. 그건 아무래도 영화의 주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영화를 본 다음 문득 고전소설 ‘구운몽’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꿈을 깨고 돌아온 제자 성진에게 호승이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이야기하며 깨달음을 주는 대목 말입니다.

호접지몽은 장자가 어느 날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가 깨어났는데 장주인 자기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죠. 본질의 입장에서 보면 꿈과 현실, 장주와 나비가 구별이 없다는 예화로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호승도 성진을 나무라면서 성진과 소유가 어떤 것이 현실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코브는 의뢰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생각을 추출하거나 생각을 주입하는데 전문가입니다. 영화는 사이코가 코브에게 경쟁사인 피셔의 머리 속에 생각을 주입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시작됩니다. 상상력이 넘쳐나는 많은 장면들과 과정 속에 영화는 두 사람의 무의식을 집중적으로 탐구합니다. 피셔와 코브 두 사람의 무의식이죠.

피셔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남긴 말도 “실망했다”는 말이었죠. 내면 깊숙이에 있는 피셔의 무의식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코브를 비롯한 드림팀은 피셔의 그런 무의식의 상처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편 아내의 죽음과 수배라는 극한적인 상황에 처한 코브는 무의식 속에 깊은 죄책감을 안고 있습니다. 역시 영화 속에서 코브의 죄책감은 치유됩니다.

 

우리 모두 무의식 깊숙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 상처받았던 어린 자아, 가까운 사람에 대한 죄책감 등이 숨어있을 지도 모릅니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결국 그 무의식에 숨어있는 생각입니다. 가장 작은 것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이기도 하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무한한 상상력의 옷을 입힌 놀란 감독에게 한번 더 감탄을 해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인셉션’ 결말에 대한 많은 추측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열린 결말 탓에 기분이 개운하진 않더군요. 그러나 마지막 장면이 꿈이든 현실이든, 혹은 꿈 속의 꿈이든 중요한 것은 코브가 죄책감을 떨치고 행복한 내면 세계를 얻었다는 것인 듯 합니다. 우리의 내면은 행복하고 건강한지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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