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소각 직전의 목재를 구출하는 거죠" 문화로놀이짱 안연정 대표

본문

문화로놀이짱, 뜻밖의 만남에 전율하다

 

보통 리더를 보면 조직이 보인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기업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레인다. 문화로놀이짱 안연정 대표와의 만남은 사실 우연에 가까웠지만 돌아보면 그것은 행운이었다.

 

안연정 대표를 만난 것은 9월 한화프렌즈데이에서였다. 올해 한화가 지원하는 20개의 친환경 사회적기업 가운데 빅워크, 언니네텃밭, 터치포굿, 문화로놀이짱 4개 사회적기업이 초청되었는데 소그룹 모임에서 내가 선택한 것이 문화로놀이짱이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언니넷텃밭은 이미 지난해 미팅을 한 바 있었고 빅워크와 터치포굿은 이미 널리 알려져 직접 여러차례 글을 쓰기도 한 사회적기업이었다. 차라리 신비주주의 문화로놀이짱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것은 홀로 내게 남겨진 선택권이었다.

 

문화로놀이짱은 너무 많이 버려지고 대부분이 매립·소각되는 목재들을 저장할 수 있는 공공 창고와 스스로가 일상의 창조자가 되는 지역의 공동 작업장인 공공 공방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입니다.

 


사실 문화로놀이짱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란 웹사이트에 표기된 문구 뿐이었다. 그리고 목공에 어울리지 않는 외소한 체구의 안연정 대표. 그렇게 시작된 안연정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상형에 가까운 짧은 커트머리의 외모만큼 나이스 했다. 이제 사심 가득한 인터뷰를 만나보자.

 

 

 

 

 

 

공공도서관 같은 공동공방을 꿈꾸

 

안연정 대표는 가구 디자이너가 아니라 생활문제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순하게 폐목재를 재활용해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기업이라 생각했는데 생활문제 디자이너라니? 점점 궁금증이 커졌다.

 

"꼭 가구를 만들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공방에서 만나 사람들이 스스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2006년부터 시작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가구가 오래되거나 망가지면 그것은 쓰레기로 인식된다. 어떻게 고칠까 보다 어떻게 버릴까에 집중한다. 이러한 소비문화에 문화로놀이짱은 의문을 던졌다.

 

"빠르게 만드는 것이 정말 미덕일까?"

"빠르고 효율적인 것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사실 생활공간에서도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어요. 시트를 붙이는 가구와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가구에서 포름알데히드 30%가 방출됩니다. 10년은 사용해야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지 않는데 요즘 10년 동안 사용하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선진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을 보면 주거공간인 집에 대부분 공방이 있어요.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서 오래 사용하고 스스로 고치고 만들죠. 이러한 태도와 삶의 방식, 만들기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과 지혜가 한 나라의 문화 형성를 형성합니다"

 

안연정 대표는 그런 문화가 있다면 굳이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대부분 아파트가 생활공간이잖아요. 우리의 주거 문제의 구조를 해결하기 전까지 어떻게 접촉지점을 만들까 생각하다가 도서관처럼 커뮤니티 공간이 되는 작업장을 만들어 보자고 출발했습니다"

 

 

<문화로놀이짱은 원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들을 해체하여 도서관 책을 수납하듯이 재료화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재활용하여 주문 제작하고 있다>

 

 

2008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2010년 사회적기업이 되었다. 2009년 소셜벤처경진대회에서 1등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왜 사회적기업이 되고자 했을까?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인증제도로 인해 한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영리활동가들이 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가 해보자는 야심찬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문화로놀이짱에 대해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사회적기업가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소셜미션 보다는 사업적인 아이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사회적기업도 영리기업처럼 돈을 벌어야 한다. 아니 잘 벌어야 한다.

 

그럼에도 제도나 지원금에 의해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휘둘리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만난 잘나가는 사회적기업 대표가 영민한 사업가 이상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때 느끼는 씁쓸함이랄까. 이에 비해 안연정 대표의 생각을 들으니 문화로놀이짱은 참 건강한 사회적기업이란 확신이 들었다.

 

 

 

 

 

크지 않으면서 조근조근 이야기 하는 안연정 대표가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컸다. 그녀는 재료들이 말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소각되기 직전의 재료들을 구출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 설명했다. 한 해 버려지는 목재가 200만톤. 그 중에서 재활용 되는 것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문화로놀이짱은 버려진 폐목재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나무는 오염되지 않았어요. 지저분 해도 한꺼플 벗겨내면 깨끗한 속살이 있죠. 수거해 온 가구들을 모아다가 나무결 그대로 리메이크 하기도 하고 조각들을 붙여 만들기도 해요"

 

 

<문화로놀이짱이 기획한 대표공간인 합정동 별맛식당(좌)과 홍대리틀파머스(우)>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에 놓여 있는 탁자도 문화로놀이짱이 주문받아 제작한 것이라 한다. 제법 주문량이 많아지는 배경에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남았다. 가치는 좋지만 문화로놀이짱의 주문제작 가구들이 대량 생산되는 패스트 가구과의 무한경쟁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지금은 수익창출 보다는 투자의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에서 가격이 중요하지만 가격경쟁력이라는 틀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룰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안고 있는 숙제입니다"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에서 생산으로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에서 생산으로"

문화로놀이짱의 슬로건이다. 최근 공유경제가 각광받으며 우후죽순 공유경제 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문화로놀이짱이 국내 1세대 공유경제 기업인 셈이다. 최근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유서울 프로젝트에도 공유경제 기업으로 선정됐다.

 

 

 

 

문화로놀이짱은 자신들의 작업공간을 명랑에너지발전소라는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에 개방하고 있다. 수익이 일어나는 공간을 개방한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문화로놀이짱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이들은 처음부터 작업공간이 자신들의 소유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  오픈일 : 매주 금, 토
■  공구워크숍 : 10시~11시
■  개별 작업 : 11시~6시(금요일은 작업 상황에 따라 저녁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  작업료 : 기본 3시간당 2,000원+추가될 경우 1시간당 1,000원.

 

즐겁게 놀이하며 작업하는 이들에게 고민은 없을까?

 

"고민이 많아요. 목공 작업을 통해 협업을 습득하고 어울리는 문화를 만들고자 작은 공방하나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유일한 아이템을 가진 기업이거든요. 앞으로 사업의 확장이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는 중입니다"

 

이들의 고민에 손을 내밀어 준 것이 한화였다. 올해 한화가 지원하는 친환경 사회적기업에 선정된 문화로놀이짱은 1년 동안 다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전문 경영컨설턴트를 멘토로 두고 정기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안 대표는 지금까지 받아본 멘토링 중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앞으로 문화로놀이짱이 어떻게 더 성장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한 번은 주말을 맞아 상암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그들의 놀이터를 찾아가 봐야겠다.

 

▶ 문화로놀이짱 웹사이트 http://www.norizzang.org

▶ 명랑에너지발전소 이용안내(텀블러) http://norizzang.tumblr.com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