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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할배에는 있고 <마마도> 할매에는 없는 세가지

기자단-필진/CJ소셜리포터즈

by 하얀잉크 2013. 8. 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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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도>의 할매들은 <꽃보다 할배>처럼 인기 얻을까? 

 

할배와 할매가 맞붙었다. 맨날 마주하는 방구석이 아니라 TV에서 그것도 사상 최초 예능이다. 목요일에는 기대를 모은 할매들의 여행기 <마마도>의 뚜껑이 열렸고, 금요일에는 유럽을 다녀온 할배들의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방송됐다. 바야흐로 예능까지 점령한 노년시대이다.

 

시작 전부터 표절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가운데 <마마도>는 걱정과 달리 시청률 두 자리수를 기록하며 상큼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과연 <마마도>의 할매들은 꽃할배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이제 1회가 전파를 탔을 뿐이지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글쎄... 아니올시오다.

 

성별만 다른 채 어르신 4명에 청년가이드 1명이 떠나는 여행기. 표절 논란까지 받으며 컨셉이 유사했지만 결코 같을 수 없었던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공 인기비행 중인 <꽃보다 할배>에는 있지만 <마마도>에는 없는 그것을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자.

 

 

 

 

 

 

아버지는 보였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생전 처음 유럽배낭여행을 떠난 <꽃보다 할배>의 할배들에게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버럭할 것 같지만 동물만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순재의 모습이나, 반주로 볼이 발갛게 취해 웃음 짓는 신구의 모습, 아내 건강을 위해 두 손 모아 비는 로맨티스트 박근형의 모습 그리고 고집불통이지만 솔직한 백일섭의 모습에서도 말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에서 길을 헤매이는 할배들에 마음이 쓰이며 짠한 것은 내 아버지 같고 내 할아버지 같아서이다.

 

 

 

 

반면에 <마마도>는 '엄마의 풍경'이라는 꾸밈말을 넣었지만 할매들에게서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 보다 나이가 적어서인지 몰라도 이효춘의 피부는 너무도 팽팽했고, 호화스러워 보이는 초반씬은 이질감으로 감정이입을 방해했다.

 

 

 

 

자연스러운 리얼리티와 지나친 리얼리티

 

예능의 생명력은 리얼리티이다. 예능에서 할배에 이어 할매까지 찾는 것은 가장 리얼리티를 잘 살려낼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직진 순재에 이어 왼패 순재, 다정다감한 구야형, 센캐릭터에서 로맨티스트 근형, 걷기싫어하는 떼쟁이 일섭 거기에 짐꾼 이서진까지 모두가 공감하는 자연스러운 리얼리티가 만들어낸 캐릭터였다.

 

 

 

 

특히 그것이 신선했던 이유는 오랫동안 보아 온 할배들의 새로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일 것 같던 이순재가 아내에 말에 고분고분 따르거나 영어는 물론 독일어까지 구사할 줄 누가 알았으며, "4주 후에 뵙겠습니다"를 외치던 신구가 이렇게 다정다감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왕 노릇 하던 이서진이 할배들에 쩔쩔 매는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결국 <꽃보다 할배>의 인기는 리얼리티 한 할배들의 캐릭터의 힘이었다.

 

<마마도>에도 리얼리티와 캐릭터는 있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이든 빨리 캐릭터 잡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마마도>는 일찌감치 캐릭터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혀 새롭지 않았다. 할미넴 김영옥의 카리스마나 한 성격하는 까탈스러운 김용림의 캐릭터는 극중에서도 자주 보아왔던 것이다. 신선하다면 깍쟁이 이효춘 정도.

 

아마 제작진은 예능의 경험이 많은 김수미가 재미를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물론 김수미는 웃음의 한방을 알았고 노련했다. 하지만 가장 익숙해서 식상한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날 선 공방은 재미를 위한 갈등이기 보다는 재미를 반감시켰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리얼리티도 지나치면 힘을 잃는 법이다.

 

 

 

 

명석한 신의 한수, 나PD의 존재감

 

<마마도> 할매에 없는 것이 세 가지라고 했지만 결국 이 한 가지로 귀결된다. 그것은 <꽃보다 할배>의 나PD의 연출력이다. 아마 나PD가 있었다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도 해결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00% 이상을 기획하지만, 50% 정도만 기획을 충족시킬 때 '1박2일'만의 재미가 만들어진다."

<1박2일< 시절 나영석 PD가 한 말이다. 이 말은 곧  100% 기획한대로 연출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50%는 기획에 맞게 연출한다는 의미이다.

 

 

 

 

<마마도>의 리얼리티가 지나쳤다고 한 것은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리얼리티를 내버려 두면 예능이 아니라 다큐로 흘러버린다. 나PD가 <1박2일>에 비해 <꽃보다 할배>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이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타이밍에 내기를 걸거나 재미요소를 던져 놓는다. <1박2일> 시절 MC몽으로 인해 흡연장면의 홍역을 치뤘음에도 과감하게 음주와 고스톱을 방송에 녹인 것은 나PD의 대담함과 함께 명석함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특히, 대만편 출발 당시 이서진과 이순재의 빈자리를 최불암의 깜짝등장으로 메운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무릎이 아픈 동생 일섭을 챙기고 몰래 쌈짓돈을 챙겨주고는 모르는 척 너털웃음을 짓는 양촌리 김회장님이란~ 단 5분만의 출연으로도 최불암이 불어넣은 훈훈함은 그 한 편의 방송을 채우고도 남았다.

 

본격적인 대만여행기가 시작된 이번주부터는 이서진이 그토록 원했던 소녀시대의 써니를 투입시켰다. 지루해질 틈이 없이 흥미가 더해지는 <꽃보다 할배>이다.

 

 

 

 

마파도의 성공과 무도리의 실패가 주는 교훈

 

할배들도 나왔는데 할매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따라하기에 그친다면 곤란하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를까 싶지만 첫 단추가 잘못 껴지면 뒤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마마도>는 영화 <마파도>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수 년전 극장가를 할매들이 점령했던 적이 있다. 살벌한 할매들이 등장한 <마파도>는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속편까지 개봉됐다. 당시에는 발빠르게 할매들을 따라한 할배들의 영화 <무도리>가 뒤이어 개봉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마마도>가 <무도리>의 전처를 밟지 않으려면 지금같아서는 곤란하다. 시청자들이 좋아한 것은 <꽃보다 할배>의 컨셉이 아니라 그에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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