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가 같이 가면 꼭 좋아할만한 카페가 있다면서 나를 이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2층짜리 평범한 카페였다. 특별하다면 글쓰는 북카페라는 점.
가게에 들어서니 젊은 남자가 반긴다. 사장이란다. 젊은나이에 카페까지 운영하는 사장이라니 부러운 맘이 들라는 찰나 아내가 가리킨 곳을 보니 손글씨로 빼곡히 쓰인 문구가 보인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신들의 호의를 얻지못하면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비바람을 막아 줄 방한 칸 없이 떠돌다가 굶어죽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했고 각오도 되어 있었으니까 불만은 없었다.
그 점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
물질적으로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었고
내 앞에 가난이 기다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겁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재능- 나는 이것이 내 안에 있다고 느꼈다-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것 뿐이었다.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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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운영하는 카페는 잠시 외도인 것인가? 결국 글쓰기만으로는 어려운 세상임을 인정해야 하나? 단순히 글귀가 좋아서 적어놓은 것이 아닐것이다. 이 유명한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나 하며 절대공감했을 글귀일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폴 오스터의 글을 보니 난 글쓰는 일밖에 할 수 없어 문학을 한다는 장정일이 생각 났다. 한국문학계의 이단아 장정일. 대학시절 그의 저서 [생각]을 읽고서야 그는 더이상 이상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랜만에 책을 펼쳐보니 메모도 하나 딸려나온다. 책을 읽고 느낀 것을 적은 모양이다. 6, 7년만에 세상에 나온 메모가 마냥 새롭기만 하다.
투박한 것은 투박한대로 손이 벨만큼 날카로운 것은 날카로운대로
그냥 뚝하고 던지는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듯이 말이다.
그는 부조리한 이 사회, 억압된 성 문화 그리고 삐뚤어진 교육 앞에
시퍼렇게 날이 선 나이프를 갖다댄다.
왜냐하면 장정일 앞에 이 모든 것들은 수술대에 올라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있는 환자로 비출뿐이어서 매스를 잡고 집도를 해야할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투사적 의무는 아니다.
교훈적인 가르침도 아니다. 누구도 그에게 그만한 책임을 지울 순
없다. 그는 행동하는 황석영이 아닌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순박한
소시민이다. 그는 그저 그토록 하고싶었던 글쓰기를 통해 가만히
소망하는 것이다.
by 하얀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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