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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북카페, <꿈꾸는 타자기> 가보니

여행스토리/맛집-카페

by 하얀잉크 2010. 1. 2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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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내가 같이 가면 꼭 좋아할만한 카페가 있다면서 나를 이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2층짜리 평범한 카페였다. 특별하다면 글쓰는 북카페라는 점.

가게에 들어서니 젊은 남자가 반긴다. 사장이란다. 젊은나이에 카페까지 운영하는 사장이라니 부러운 맘이 들라는 찰나 아내가 가리킨 곳을 보니 손글씨로 빼곡히 쓰인 문구가 보인다.


"저 분도 작가가 꿈이래"
자세히 보니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 중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내 꿈은 처음부터 오직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열예니곱 살때 이미 그것을
알았고,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허황된 생각에 빠진적도 없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신들의 호의를 얻지못하면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비바람을 막아 줄 방한 칸 없이 떠돌다가 굶어죽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했고 각오도 되어 있었으니까 불만은 없었다.

그 점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

물질적으로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었고
내 앞에 가난이 기다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겁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재능- 나는 이것이 내 안에 있다고 느꼈다-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것 뿐이었다.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 중

폴 오스터 (Paul Auster) / 작가
출생 1947년 2월 3일
신체
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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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운영하는 카페는 잠시 외도인 것인가? 결국 글쓰기만으로는 어려운 세상임을 인정해야 하나? 단순히 글귀가 좋아서 적어놓은 것이 아닐것이다. 이 유명한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나 하며 절대공감했을 글귀일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폴 오스터의 글을 보니 난 글쓰는 일밖에 할 수 없어 문학을 한다는 장정일이 생각 났다. 한국문학계의 이단아 장정일. 대학시절 그의 저서 [생각]을 읽고서야 그는 더이상 이상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민음사에서 나온 두 권의 시집을 내고 직장을 찾아야 했다.
시작을 끝내는 것과 함께 글쓰기에서 손을 씻어야 했다.
랭보처럼 글을 잘 썼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랭보처럼 글쓰는 일로부터 깨끗이
떠날 수 있었는데도 떠나지 못했다는 푸념과 자책이 오늘까지 나를 괴롭힌다.

물려받는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변한 졸업장도 없다. 배운 기술이라곤 글쓰기 뿐.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절필할 때 하지 못하고 글판에 어기적거리다가 감옥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절필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용기의 문제라고 해야 한다. 랭보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는지 혹은 졸업장이 많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장정일의 [생각] 중
 
장정일 / 소설가,시인,대학교수
출생 1962년 1월 6일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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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펼쳐보니 메모도 하나 딸려나온다. 책을 읽고 느낀 것을 적은 모양이다. 6, 7년만에 세상에 나온 메모가 마냥 새롭기만 하다.

장정일 하면 문득, 감자가 떠오른다.
숙련된 조리사의 칼끝에 손질된 감자가 아닌 지금 막 뿌리째 뽑아
올려 껍질은 물론이고 시커먼 흙이 그대로 묻은 날남자.
장정일의 글은 가공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다.

투박한 것은 투박한대로 손이 벨만큼 날카로운 것은 날카로운대로
그냥 뚝하고 던지는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듯이 말이다.

그는 부조리한 이 사회, 억압된 성 문화 그리고 삐뚤어진 교육 앞에
시퍼렇게 날이 선 나이프를 갖다댄다.

왜냐하면 장정일 앞에 이 모든 것들은 수술대에 올라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있는 환자로 비출뿐이어서 매스를 잡고 집도를 해야할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투사적 의무는 아니다.
교훈적인 가르침도 아니다. 누구도 그에게 그만한 책임을 지울 순
없다. 그는 행동하는 황석영이 아닌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순박한
소시민이다. 그는 그저 그토록 하고싶었던 글쓰기를 통해 가만히

소망하는 것이다.

by 하얀잉크

정말 놀라운 일이었지만 -사진조차 노출되는 것을 꺼리던 그였기에- 최근 몇년 새 TV에도 출연하며 장정일이 세상에 알려졌음에도 아직도 그에 대해 오해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책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

어쨌거나 여유가 없어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코드가 같은 분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기뻤다. 자그마한 카페였지만 책들로 가득찼고 아기자기 하고 편안한 인테리어가 정말 글이라도 쓸 수 있는 아늑함을 주었다.

 
메뉴는 커피에서부터 차, 음료가 있는데 대부분 3500원에서 4500원 선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없고 테이크아웃은 1000원 할인된단다. 컴퓨터는 없지만 노트북을 들고가면 연결해서 쓸 수는 있어보인다.

차를 마시다 보니 서비스인지 사장님이 직접 구운 마들렌을 주신다. 참고로 카페사장님 블로그도 운영하신다. http://blog.naver.com/coffeesoul
한번 가보구선 완전 홍보해주는구만 ㅋㅋ 이렇게라도 꼭 대박나서 좋은 글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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