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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수 작가, 2015 한국구상대제전에서 만난 옻칠 화가

문화 리뷰/공연 전시 영화

by 하얀잉크 2015. 11. 1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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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로 그림을 그리는 옻칠 화가, 전인수


세상이 빼빼로데이 혹은 가레떡데이라고 떠들썩 하던 지난 11월 1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2015 한국구상대제전이 개막했다. 올해는 국내의 서양화 장르 구상작가들이 초대돼 작가별로 부스에서 다채로운 작품들이 전시된다. 


미술이라면 유치원 대신 다닌 미술학원과 학교에서 배운 미술 교과가 전부이지만 또 다시 한가람 미술관으로 발길했다. 한국의 실력있는 작가들을 좀 더 대중에 알리기 위한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2015 한국구상대제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 전인수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겉으로 보면 그리 별다를게 없어 보이는 그림이지만 이 그림들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바로 옻칠 그림이라는 것. 옻칠? 옻칠이라면 보통 공예품에 쓰이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림을 옻칠로 그린다니 그야말로 놀라웠다. 


* 옻칠이란?

옻나무의 진 또는 그릇이나 가구 등에 그것을 바르는 일을 말한다. 물건에 바르면 검붉은 빛을 띠고 윤이 난다. 뛰어난 합성도료가 개발되면서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페인트나 에나멜보다 색의 깊이가 있고 예술적 가치가 있다.







그림을 들여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뭇잎이 등장한다. 궁금한 눈으로 자세히 쳐다보자 전인수 작가가 토란잎이라 일러줬다. 처음 칠화를 배울 때 작업실 옆에 토란이 심어져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 넓은 잎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단다. 그렇게 토란잎에 빠져 5년동안 잎맥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나저나 어떤 연유로 옻칠로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전인수 작가의 작가노트를 보니, 그 궁금증이 풀렸다.


"전통이 고루하고 진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서 수천 년을 내려온 옻칠(natural lacquer)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옻칠로 그림을?’ 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옻칠의 내구성과 우수성을 알기에 무기, 건축물, 가구, 집기류 등 상류층의 전유물로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에는 흔히 옻칠을 사용한 자개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문화가 급속도로 퍼져가면서, 우리의 생활모습, 습관들도 많이 바뀌어가며 하나 둘씩 사라져 지금은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패스트푸드,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옻칠그림이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전인수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13년 동안 미국 유학을 했다고 한다. 당시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의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애착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돌파구가 우리 전통의 옻칠로 그린 그림이었다.






옻칠그림이라고 단순히 옻나무 진액만 칠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에 천연옻칠을 하고 금박이나 자개 혹은 크리스탈로 장식을 한다. 자개란 조개껍데기 조각으로 옻칠과 함께 삼국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옻칠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예상대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옻칠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옻칠이 그러한 것 같다. 마음이 급해 서두르면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 작업만해도 20번 내외의 칠하고 갈아내는 등 여러 공정이 반복된다. 그러한 작업을 거치면서 그 위에 그려질 그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작업을 해 나간다. 옻칠은 너무나도 솔직하다. 더도 덜도 없이 내가 한 만큼만 보여준다. 거짓이 없다. 그래서 힘든 작업이지만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나 자신도 빠져드는 것 같다. 


토란잎이 저마다 다른 손금을 지닌 손처럼 잎맥이 다르듯 옻칠도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것이 그녀가 느낀 옻칠의 매력이었을까? 전인수 작가의 옻칠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한가람 미술관에서 계속 된다. 


 전인수 작가 작품 전시 in 2015 한국구상대제전


▶ 전시기간 : 2015. 11. 11(수) ~ 11. 17(화)

▶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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