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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대화에서 다시 생각하는 윤리적소비

사회적기업-소셜벤처/사회적기업 탐방

by 하얀잉크 2012.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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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사회적기업, 어둠속의 대화

 

나이 30 인생을 넘게 살아오면서도 시각장애인의 삶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어둠속의 대화를 체험하고 주변에 시각장애인이 없어 그랬다는 변명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그만큼 어둠속의 대화는 충격이었고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는 전시된 그림이나 작품을 둘러보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시가 아닙니다. 철저하게 내가 경험하고 느껴보는 체험 전시입니다. 체험 전까지는 그저 네이버에서 투자했다는 사회적기업, 시각장애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알고 있던 정보의 전부였습니다.


전시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몸에 붙어있던 장신구와 소지품을 제거했습니다. 한시라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스마트폰, 벗으면 사람식별도 구분하지 못하는 안경,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린 돈과 카드가 든 지갑, 심지어 시계나 반지, 귀고리까지 모두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기 전 치루는 의식처럼 신비하게 느껴졌습니다. 군대 입소한 첫 날 옷가지와 소지품을 집으로 보낼 때와 비슷한 기분이랄까요.

 


안경까지 벗으니 나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어둠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내 손에 주어진 것은 시각장애인용 흰지팡이 뿐입니다. 처음 경험하게 되는 칠흑같은 어둠에서 나는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시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처럼 허우적거렸습니다. 불안한 손은 수시로 앞과 옆을 더듬거리고 발은 70먹은 노인마냥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더디었습니다. 믿을 것은 내 몸의 촉각과 들려오는 동료들의 목소리, 그리고 로드마스터 뿐이었습니다.


로드마스터는 90분 동안 어둠 속의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배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자 불안감에 어쩔 줄 모르던 몸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억지로 뜨던 눈도 살며시 감고 다리에도 힘이 생겼습니다.


90분의 체험을 모두 마치고 커튼 사이로 살며시 비치는 불빛을 더듬으며 다시 빛의 세계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빛의 노출을 염려해 잠시 눈을 가다듬으며 앉아있던 짧은시간 동안 수많이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내 삶이 어둠으로 인해 감사해졌습니다.


9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시각장애인을 체험했을 뿐이지만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국내에만 3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에서는 장애인 중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동안 내 삶에 그들은 없었습니다.

 


 

체험을 마치고 송영희 대표를 마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한참 예민할 시기인 고교3년생일 때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안마사밖에 없다는 말에 좌절했던 이야기 등 송대표가 풀어놓는 자신의 삶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를 국내 상설전시관으로 설치할 수 있었던 것도 좌절하지 않고 다양한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 송대표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어둠속의 대화가 국내에서 전시했을 때 감명받은 그는 이것이야 말로 국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올인해 엔비전스를 창업하기에 이르렀고 사회적기업으로도 인증받았습니다.

 

 

 

윤리적소비를 생각하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알아가면서도 어둠속의 대화에서 받았던 강력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회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둠속의 대화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얼마 후 문화회식이란 이름으로 전 직원이 어둠속의 대화를 체험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체험이었지만 몇 번을 체험해도 좋을 새로움이 가득했습니다.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의 웹사이트나 핸드폰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시각장애인은 국산 핸드폰을 사용하고 싶어도 애플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소수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단가만 높아지니 불필요 하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전체 소비자를 위한 것일까요? 탐스슈즈는 단가가 높아도 One for One이란 일대일 기부방식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소비자들은 똑똑하니까요. 저 역시 지금 탐스슈즈를 신고 있지만 신발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서 조금 더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윤리적소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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