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고전 돈키호테와 배우 정성화의 재발견

기자단-필진/CJ소셜리포터즈

by 하얀잉크 2013. 12. 4. 07:00

본문

브로드웨이 불후의 명작, 2013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보다


아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돈키호테>를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풍차를 향해 거인을 물리친다며 돌진하고 허상을 쫓아 기사가 되겠다고 산초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 하지만 스페인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이 소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발간된 소설',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 그리고 전세계 100명의 작가 중 죽기 전에 읽어 볼 단 한권의 책으로 이 고전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400년이 지나도록 <돈키호테>는 책은 물론 영화, 만화, 뮤지컬, 발레 등 다양한 작품으로 계속해서 살아 숨쉬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단순히 어린시절 이해했던 정신나간 이상주의자의 이야기라 여겼던 이 작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눈물까지 자아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Man of La Mancha)>를 보고서 비로소 그 메시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비극과 희극이 절묘하게 섞인 명작을 다시 보고 싶은 분들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추천합니다.  





운 좋게 <맨오브라만차>의 올해 첫 공연을 보았습니다. 2005년 초연 이후 황정민, 조승우, 정성화, 서범석, 홍광호 등이 열연하며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죠. 올해는 조승우의 6년만의 돈키호테 귀환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첫 공연은 정성화(돈키호테)-이훈진(산초)-김선영(알돈자)가 출연하며 막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가장 사랑받았던 출연배우들입니다.





명품 연기1. 뮤지컬 배우 정성화의 재발견


<맨오브라만차>를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단연 정성화였습니다. 사실 조승우 공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공연장에 들어섰으나 나올 때는 아쉬움이 대만족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간혹 드라마를 통해 그의 연기를 몇 번 본 것이 전부였지만 정성화라는 배우가 이렇게 선이 굵은 연기를 할 줄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만족감은 곱절이 됩니다. 정성화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1인 2역을 노인과 중년을 오가며 완벽하게 소화했고 풍부한 성량으로 <맨오브라만차> 명곡을 더욱 빛냈습니다. 사실 정성화는 산초 오디션을 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자신은 항상 돈키호테를 꿈꿨다며 돈키호테 오디션에 응해 당당히 합격했다는 후문입니다. 산초 역할도 그만의 캐릭터로 매력있게 소화했겠지만 그의 돈키호테 연기를 본 것이 행운이네요. 





특히, 그가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은 굵은 목소리의 중저음이 돋보인는 명곡입니다. 살짝 엿볼 수 있는 동영상을 공유합니다. 돈키호테의 신념이 담긴 노래죠.





명품 연기2. 산초와 여관주인의 감초 역할


극 중의 나오는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볼 만합니다. 알돈자 김선영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산초와 여관주인의 감초 연기는 절묘하게 가미된 희극의 묘미를 잘 살려줍니다. 여관주인 역을 맡은 서영주는 감옥의 도지사도 연기하는데 전혀 다른 캐릭터로 1인 2역을 보여줍니다.


  



산초 역의 이훈진은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동생입니다. 그동안 미남 배우들이 해오던 산초 역할을 그만의 캐릭터로 산초 연기의 표본을 만들었다는 평을 들었죠. 전에도 공연 작품을 몇 번 보며 연기 잘하는 것은 알았는데 <맨오브라만차>에서 대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 성큼성큼 성장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 이훈진 출연 작품 - 뮤지컬 달고나, 7080 향수에 푹 빠지고 싶다면 복고뮤지컬





올해는 정성훈이 처음으로 산초 역할을 맡으며 이훈진과 더블 캐스팅 되었습니다. 





내가 뽑은 <맨오브라만차> 최고의 1분, 명장면


<맨오브라만차>의 하이라이트는 많지만 제가 뽑은 최고의 명장면은 돈키호테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입니다. 기사가 아닌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아 쓰러진 뒤 가엾게 죽음의 문턱을 넘으려는 순간 알돈자가 찾아옵니다. 한낱 천한 신분의 술집여자인 자신을 아름다운 둘시네아라고 부르던 돈키호테를 찾아서 말이죠. 하지만 그는 옛날의 늠름한 기사가 아니죠. 모든 기억을 잃고 그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알돈자는 돈키호테가 자신에게 불러 준 <이룰 수 없는 꿈>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다시 알론소는 자신이 돈키호테였음을 기억하게 되죠. 다시 갑옷과 칼을 차고 악을 무찌르러 모험을 떠나겠다는 외치는 돈키호테, 하지만 쇄약해진 육체는 더이상은 말을 듣지 않고 정신을 억누릅니다. 두 눈이 감기고 그렇게 돈키호테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알돈자의 말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돈키호테는 죽지 않았어요.

믿어요, 산초. 날 믿어요.

(산초) 알돈자

내 이름은 둘시네아에요.





정신이상자? 미치광이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의 재발견


결국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고 썩어빠진 세상 속에 아무런 희망을 찾지 못하던 알돈자를 바꾼 것은 알론소였습니다. 아니, 돈키호테였죠. 돈키호테가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어 준 것은 알돈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감옥에 들어 온 세르반테스를 비웃고 조롱하던 심지어 그를 심판하던 죄수들도 종교재판을 받으러 가는 세르반테스를 향해 일제히 일어나 노래를 부릅니다.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변화~ 돈키호테는 정말 미치광이였을까요? 돈키호테가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고 제정신을 차렸을때 바라보는 관객조차 안타까운 감정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돈키호테가 정말 미치광이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걸 보는 이들이 그로인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꿈을 생각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죠. 여전히 세상을 썩어있고 자신을 한탄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돈키호테가 묻습니다.


"네가 쫓는 꿈은 무엇이냐?"


들어라 썩을대로 썩은 세상아

죄악으로 가득하구나


나 여기 깃발 높이고 일어나서

결투를 청하는 거다


나는 나 돈키호테 라만차의 기사 운명이여 내가 간다

거친 바람이 불어와 나를 운다

날 휘몰아 가는구나


그 어느 곳이라도 영광을 향해 가자

- 돈키호테의 OST '맨 오브 라만차' 중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소설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소설의 저자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뒤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벌이는 즉흥극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극의 전개가 흥미롭고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와 주옥같은 OST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2014년 2월 9일까지 계속 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