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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서평] 가슴 시린 조선 마지막 황녀의 유령같은 삶

문화 리뷰/책읽는마을

by 하얀잉크 2013. 11. 1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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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의 삶을 엿보니 진실과 소설의 경계가 의미없더라


이 소설이 부디 그녀의 넋을 달래 주기를...


<덕혜옹주>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조선의 마지막 황녀에 사로잡혀 공허하게 일주일을 흘러보냈다. 책을 읽을 때는 속독하듯이 책에 빠져 다음 페이지 터치하기에 바빴는데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쓸 수 없었다. 열병에 시달린 것처럼...


글쓰기를 주저하고 소설 속 덕혜옹주가 아니라 실제 덕혜옹주 삶의 흔적을 더듬어 미친듯이 웹 서핑을 했다. 1989년까지 같은 하늘아래 살았으면서도 어째 옹주의 존재조차 몰랐을까? 


그건 내가 너무 어려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녀를 감추려 했던 아픈 역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널리 인터넷에 퍼진 정보들도 방송이 나가고 재조명 되면서 작성된 5년 안팍의 글들이다. 세상을 등지고 눈을 감은 지 십수 년이 넘어서야 덕혜옹주의 가슴 아픈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셈이다.





90년대 후반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덕혜옹주의 삶이 간헐적으로 조명되긴 했지만 사실 덕혜옹주의 삶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은 가장 큰 공로는 권비영 작가의 소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아닐까 싶다. 


2010년 소설이 발간되자 출판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단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최근 덕혜옹주 뮤지컬로까지 제작되는 등 덕혜옹주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전자책으로 읽어보았던 첫 번째 책. 조선의 마지막 황족들에 대한 풀리지 않던 퍼즐들이 조각조각 맞춰졌다. 왜, 영친왕이 실어증에 걸려 눈을 감았는지 왜, 덕혜옹주가 15년간이나 정신병원 신세를 지다 꿈에 바라던 조국에 돌아와서도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했는지 왜, 황족들의 말로가 하나같이 비참한 지...





‘내 가장 큰 죄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핏줄로 태어난 것입니다’


덕혜옹주는 고종 황제가 환갑의 나이에 얻은 공주였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대한제국이 일본에 편입된 한일병합조약(1910년)으로 혼란스러웠던 시절, 고종은 2년 뒤 태어난 덕혜옹주를 유난히 아꼈다고 한다. (후궁의 딸은 공주가 아니라 옹주라 불렸다 한다)


어린시절 독살 당한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을 보고 옹주는 보온병에 담긴 물만 마셨다고 한다. 가장 귀한 핏줄로 태어났지만 그랬기에 가장 처참한 처지에 놓여야 했던 시절, 스스로 강해지려 노력했지만 나라 잃은 황녀에게는 모진 인생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으로의 강제 유학.

일본인과의 강제 결혼.

정신병원 강제 구금.

하나 뿐인 딸 정혜의 자살과 다름없는 실종.

강제 이혼.

38년 만에 환국, 하지만 반기지 않은 조국.


온전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인생이었을까? 10대에 이미 정신분열증이 옹주를 괴롭혔고 그토록 바라던 조국에 돌아와서도 호전되지 않았다. 소설에서 옹주가 스스로 미친 척 하기도 했다는 내용은 그래서 더 슬펐다.


소설과 진실과의 경계는 얼마나 될까? <덕혜옹주>를 읽으며 그건 의미없는 일이라 여겨졌다. 작가 권비영은 진실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진실이란 퍼즐과 퍼즐을 소설로 엮었으니 보는 내내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가가 그랬듯 그것이 진실이길 바랬다. 사실 그렇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옹주가 환국해 말년에 정신이 맑을 때 썼다는 글... 














옹주가 나고 자란 그리고 생을 마쳤던 창덕궁 낙선재


책을 읽기 전 내가 발길했던 창덕궁의 사진을 다시 들춰보았다. 덕혜옹주가 환국해 여생을 보냈다는 낙선재가 왜 그토록 처량하게 느껴졌는지 이제야 알 듯 했다. 덕혜옹주가 꿈에도 바라던 조국에 돌아온 것은 독립되던 1945년이 아니라 17년이 지난 1962년, 조국을 떠난 지 38년만의 일이었다. 당시 황족들의 환국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염려한 이승만 정부는 그들의 귀향을 위해 나서지 않았다. 


<덕혜옹주>, 소설이라 하지만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가슴 시린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의 삶을 돌아보는데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날씨가 더 을씨년스러워지기 전에 창덕궁 낙선재를 다시 들러봐야겠다.






* 마지막으로 덕혜옹주를 이해하는데 좋은 영상을 공유합니다. 우석대학교 학생이 만들었다고 하네요. 소설의 내용과 매우 흡사해서 분명 영상을 보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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