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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활 서평, 한 줄 기록에서 시작된 광활한 역사소설

문화 리뷰/책읽는마을

by 하얀잉크 2015. 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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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활, 스마트폰을 밀어낸 화제의 책


최근 책 한권에 푹 빠져 살았다. 그렇게 재미있냐며 아내가 시샘할 만큼 손에서 떼어내지 못했다. 438페이지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3일, 단숨에 읽어버렸다. 출근 길에도 퇴근 길에도 늘 손을 차지했던 스마트폰을 밀어내고 이 책이 있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이 어찌나 아쉽던지...






최윤정 역사소설 <검은 활>은 그야말로 반전의 소설이었다. 처음 블로그 이웃 아디오스 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라 직접 고른 것도 아니었고 가정주부가 쓴 역사소설이란 말에 사실 시큰둥 했다. 학창시절 부터 역사를 좋아하긴 했지만 동예라는 낯선 배경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하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무슨 내용인가 싶어 첫 장을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도무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독서를 중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첫 날 새벽 3시까지 읽었다.






역사소설이 이렇게 막힘없이 읽혔던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 보니 전에도 그런 경험이 더러 있었다. 조선 마지막 황녀의 황망한 삶을 그린 <덕혜옹주>가 그랬다. 정신 없이 읽고는 열병에 걸린 것처럼 일주일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검은 활도 역사적 인물을 조명한 책인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이기는 하나 모두 허구의 인물들로 구성된 소설이다. 지은이 최윤정은 「삼국지」「위서」동이전에 기록된 한 줄의 기록 '낙랑의 단궁이 동예에서 산출된다'에서 발상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찐한 로맨스도 없고 삼국지와 같이 책략을 겨루는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검은 활>의 흡입력은 놀라웠다. 몰입을 방해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방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스토리는 흐트러지지 않고 일관됐다.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쓰지도 않고 지나침이 없었다. 그저 술술 읽혔다. 






전업주부가 첫 번째 발표한 책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최윤정 작가는 한국사를 전공했다고 한다. 소개글 중 1만 권 가량을 다독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문장이 읽는데 불편없이 매우 매끄러웠다. 특히, 주인공 수리와 밀우의 러브라인은 섬세한 여성의 필체가 돋보였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베인듯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러브라인, 무엇보다 서로를 향해 가는 모습에서 끝을 맺는 마지막 엔딩이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조만간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사실 소설의 가장 좋은 점은 내 마음대로 무한대의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흥미로운 <검은 활>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친필 싸인까지 감사합니다.





에필로그. "뭐하려고 역사를 공부해?" 


대학원 시절 선배의 물음에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요. 그러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는 최윤정 작가.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검은 활> 이 한 권의 책으로 이미 역사를 공부했던 이유는 충분히 보상 받지 않았을까?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언젠가 스스로에게도 물었던 질문 같다.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할까? 어린시절 부터 역사를 좋아했지만 국사 수업시간에 연대별로 역사적 사실을 외우게 하고 교묘히 숫자를 섞어 시험문제를 풀게 했던 역사는 도무지 좋아할 수 없었다. 국영수에 밀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삶에서 역사에 무지한 어른들에게 이런 소설을 계기로 고구려, 동예, 옥저, 낙랑 등 우리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길 바란다.




검은 활

저자
최윤정 지음
출판사
북랩 | 2015-08-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고조선이 세력을 떨치다 사라질 무렵 한반도 동쪽 작은 나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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